감정가의 30~40%에 매각도
경매 물건 1년새 두 배 증가
소비 위축에 상가도 찬바람
"내집마련 기회" vs "아직 이르다"
전문가들도 집값 전망 엇갈려
감정가 30~40%대 낙찰 속출
창원 마산회원구에서 지난해 10월25일 진행된 경매에서는 구암동 구암대동타운 전용면적 59㎡가 감정가 1억7000만원의 34% 수준인 5812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주택형은 지난해 11월 1억4200만원에 실거래됐다. 전세 실거래가도 1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소비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아파트뿐 아니라 상가도 반값 이하에 낙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15일 봉암동 산업용재공구상가의 전용 40㎡ 1개 호실은 감정가(1억2800만원)의 35%인 450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12월 같은 상가의 다른 호실 경매 3건도 낙찰가율이 42~43%에 불과했다.
거제에서도 감정가의 절반 이하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옥포동 해바라기아파트 전용 45㎡는 지난해 11월 감정가(7000만원)의 34%인 2365만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12월 고현동 중앙맨션 전용 81㎡는 감정가 1억5000만원의 41%인 6222만2000원에 낙찰됐다. 오피스텔도 여러 건 매물로 나와 40~50%대에 낙찰되고 있다. 주 수요층인 근로자 등이 대거 거제를 떠난 영향이다.
지난해 전국 광역시·도 중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울산에서도 감정가의 절반 수준 낙찰이 쏟아지고 있다. 울산 북구에서 지난해 12월14일 열린 경매에서는 화봉동 한우리아파트 상가동 지하층(전용면적 104㎡)이 감정가 1억4900만원의 34% 수준인 5004만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11월 동구 방어동 현우피닉스아파트 전용 69㎡ 아파트도 감정가 1억2400만원의 51%인 635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로 나오는 집도 늘어나는 추세다. 거제 주거용 부동산(아파트, 단독주택, 다가구, 다세대, 근린주택, 오피스텔 등) 경매물건은 2017년 12월 57건에서 2018년 12월 126건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울산에서도 같은 기간 주거용 부동산 경매 건수가 149건에서 176건으로 늘었다. 수요가 위축되면서 낙찰가율은 떨어졌다. 탱크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울산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73.25%, 거제는 61.42%에 그쳤다. 창원 마산회원구는 67.64%에 불과하다.
‘깡통전세’ 속출에 세입자 비상
일부 주택은 전세가격보다 낮은 수준에 낙찰되면서 이른바 ‘깡통 전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창원 구암대동타운 전용면적 59㎡의 낙찰가격 5812만원은 1년 전인 2017년 12월 전세가격 1억4000만원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당시 세입자를 구했다면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절반도 돌려받지 못하는 셈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대항력이 있는 선순위면 울며 겨자먹기라도 경매에 참여해 전세보증금 수준으로 비싸게 매수하면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낙찰가격이 감정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지금이 싸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환경이 개선되는 등 점차 악재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 물량 63척 가운데 53척을 국내 조선 3사가 수주했다. 증권업계는 올해도 LNG선이 50척 이상 발주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울산 아파트의 낙찰자 대부분은 그 지역에 사는 지역 주민이었다.
아직 집을 매입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강 대표는 “조선사의 수주가 늘더라도 일감 증가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수주한 뒤 일자리가 새로 생겨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최소 1년가량의 기간이 걸린다”며 “지금 경매에 뛰어드는 것은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