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계 화두는 내실 경영과 새로운 먹거리 확보로 꼽힌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세계 경제 둔화 조짐과 늘어나는 가계부채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와중에 정부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업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각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너도나도 올해를 ‘내실 경영의 해’로 선언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당장 성장을 도모하기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위기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금융계 곳곳 위기감…"올해는 내실경영 주력"
성장 목표 낮춰 잡은 은행권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은행권마저 ‘올해는 쉽지 않다’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은행들은 올해 세계 경제 둔화와 국내 경기 침체를 우려하며 성장 목표를 낮춰 잡았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 등 6개 은행은 올해 대출자산 성장률 목표치를 3.3~6%로 설정했다. 지난해 대출자산의 목표 성장률이 6~8%였던 데 비해 크게 움츠러든 목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 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자산을 늘리기 쉽지 않은 데다 금리 상승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익성 악화가 우려돼 경영 계획을 보수적으로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도 국내 은행의 대출자산 성장률은 명목 경제성장률 안팎 정도로 보고 있다. 올해 기업 대출 성장률은 4.74%, 가계 대출은 2.7%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각종 가계 대출 규제로 가계 대출 증가세는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벤처 및 혁신기업 중심의 중소기업 대출은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하나금융연구소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해 순이자마진(NIM)이 하락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계 곳곳 위기감…"올해는 내실경영 주력"
카드·보험업계도 수익성 악화 우려

카드업계도 하나같이 경영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고 위험 관리 위주 전략을 마련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이달 초 신한·삼성·KB국민·현대·비씨·롯데·우리·하나 등 8개 카드사 CEO를 대상으로 올해 경영 전망을 물어본 결과 여덟 명 모두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가계 대출 총량규제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정부 규제와 대외 환경 악화로 올해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실 경영과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타격이 커서 내실 경영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기준금리 인상, 대출 총량규제 등의 정책과 제로페이, 카카오페이 등 대체 결제수단 확대도 위험 요소로 꼽혔다.

보험업계 역시 최근 경기 침체 장기화와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으로 해약환급금이 늘어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올해는 수입보험료 감소로 보험업황이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보고서에서 올해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104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는 3.6% 증가했지만 올해는 1.6%로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보장성보험 판매 수수료가 조정될 경우 감소폭은 확대될 가능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저축성보험도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내실 경영에 힘쓰면서 디지털 가속화를 통한 수익성 다변화에 공들인다는 전략을 앞다퉈 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