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 11월 급감했다.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줄어든 50억6000만달러에 그치며 작년 4월 이후 7개월 만에 최소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직전 9월과 10월에 비해선 반토막 수준이다. 반도체 등의 수출 둔화세를 감안하면 12월 흑자폭은 더 크게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며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은이 8일 발표한 지난해 11월 국제수지 잠정치를 보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50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12년 3월 시작된 흑자 행진은 81개월째 이어졌다. 하지만 흑자폭은 크게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31.8% 급감했다. 지난해 월별로 흑자폭이 가장 컸던 9월의 108억3000만달러와 비교하면 두 달 새 절반 수준까지 쪼그라든 것이다.
수출 본격 내리막길…경상흑자 두달새 '반토막'
경상수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특히 크게 줄었다. 상품수지는 10월까지만 해도 7개월 연속 100억달러 이상 흑자를 내며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하지만 11월 들어 흑자폭이 79억7000만달러까지 미끄러졌다. 작년 2월의 59억3000만달러 후 9개월 만에 최소 수준이다. 12월에는 더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 둔화가 그 사이 더 심화됐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전년 동월 대비 수출 증가율은 9월 28.3%에서 11월 11.6%로 떨어졌고 12월에는 -8.3%를 나타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석유제품 등 주력 품목의 단가 상승세가 꺾였고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세계 교역량이 둔화했다”며 “일시적인 요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또 다른 관계자는 “10월까지만 해도 국제수지 통계에 수출둔화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본·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다시 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폭은 축소됐다. 지난해 11월 22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월(32억7000만달러 적자) 대비 29.9% 줄었다. 여행수지 적자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2017년 11월과 비교해 출국자는 3.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입국자는 23.5% 늘었다. 특히 중국인 입국자는 35.1%, 일본인은 40.5% 증가했다.

운송수지는 1억4000만달러 적자였다. 적자 규모는 1년 전(5억달러 적자)보다 줄었다. 해운 업황 개선에 따른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에 힘입어 해상운송수지 적자 규모가 1억8000만달러로 축소됐고 항공운송수지가 입국자 증가로 8000만달러 흑자를 낸 영향이다. 내국인의 해외투자는 20억1000만달러, 외국인 국내투자는 17억9000만달러 늘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