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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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분식회계와 연구개발(R&D)비 회계처리 관련 테마감리 등 각종 악재에 휘청거렸던 제약·바이오주가 올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주요 기업의 핵심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거나 후기 임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가 그동안 과감한 R&D 투자를 해왔고, 이에 따라 기술 수출도 이뤄지는 등 글로벌 경쟁력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메지온, 1분기 3상 결과 발표

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FDA 승인을 위해 심사 중인 국산 의약품은 6개다. 허가 신청이 임박했거나 승인이 빠른 복제약까지 합하면 올해 10여 개의 국산 의약품이 FDA 심사 대상에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한미약품은 2012년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 수출한 ‘롤론티스’가 올 하반기 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롤론티스는 호중구감소증 신약으로, 지금까지 두 차례의 임상3상이 이뤄졌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나보타’가 FDA 품목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르면 올 상반기 나보타의 현지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GC녹십자는 지난해 FDA로부터 제조공정 자료 보완 공문을 받았던 혈액제제(IVIG-SN)의 허가를 위한 재도전에 나선다. IVIG-SN은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등에 쓰이는 혈액제제다.

임상 마지막 관문인 3상 결과도 잇따라 발표될 전망이다. 메지온은 폰탄수술(단심실증 환자에게 하는 수술) 환자용 치료제 ‘유데나필’의 임상3상 발표가 올 1분기 예정돼 있다. 메지온은 지난해 바이오주 부진 속에서도 주가가 130.6% 오르며 투자자의 기대를 모았다. 유데나필은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미국에서 희귀의약품이 FDA 심사를 통과하면 7년간 판매 독점권을 보유한다.

바이로메드도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DPN’의 미국 임상3상 결과가 6~8월께 발표될 전망이다. 외국인들은 연초 이후 바이로메드 주식 529억원(코스닥시장 1위)어치를 순매수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VM202 파이프라인 모멘텀에 기반해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치엘비도 항암신약물질 ‘리보세라닙’이 지난해 10월 글로벌 임상3상 환자등록을 마쳐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에이치엘비의 미국 자회사 LSKB는 올 2분기 리보세라닙 임상3상을 끝내고 하반기 품목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美FDA 승인·임상 3상…한미약품 등 재도약 채비
기술수출 위해 국제 콘퍼런스 참여도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신약 물질의 기술수출 모멘텀도 바이오주 투자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기술수출이 많은 회사는 개발 역량이 강화될 뿐 아니라 계약금·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수입을 통해 신약 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작년부터 국내 제약사의 대형 기술수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7일 유한양행은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에 7억8500만달러 규모 기술이전·공동개발 계약을 맺었다. 간의 지방축적·염증 등이 나타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후보물질에 관한 것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1월에도 다국적 제약사 얀센에 폐암신약물질 ‘레이저티닙’을 기술수출(12억5500만달러)했다. 코오롱생명과학도 미국 먼디파마와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를 5억9160만달러에 기술수출했다.

제약·바이오주 투자의 위험요인(리스크)은 신약 개발의 경우 후기 임상 단계에서도 실패 확률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임상3상 단계까지 진입해도 최종 승인까지 평균 성공 확률을 50% 정도로 본다. 종목에 따라 70~90배에 달하는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실적이 안정적인 전통 제약사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동락 연구원은 “종근당, 보령제약, 유나이티드제약 등 실적이 꾸준히 괜찮은 종목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전범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