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홀릭, 어정쩡한 현지화 대신 'K패션 DNA'로 日서 1000억 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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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귀여운 디자인 포기
시크하고 심플한 동대문 옷 팔아
매일 신상품 50개 선보여
주문오면 한국서 비행기로 배송
시크하고 심플한 동대문 옷 팔아
매일 신상품 50개 선보여
주문오면 한국서 비행기로 배송
“처음부터 회사 미래를 한국 시장에만 걸고 싶지는 않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다. 결론은 일본이었다.”
이동환 디스카운트 대표(사진)는 국내 온라인 의류 쇼핑몰 1세대다. 대학 졸업 후 이 대표는 ‘동대문 닷컴’에서 일했다. 동대문 의류 인프라를 해외 바이어들에게 소개하는 벤처기업이었다. 2000년 회사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자 이듬해 직원들과 함께 여성 온라인 의류 쇼핑몰 ‘다홍’을 열었다. 이후 4, 5년간 그럭저럭 회사를 키웠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성장이 더뎌졌다. 온라인 쇼핑몰 붐이 불면서 수없이 많은 인터넷 몰이 생기고 없어졌다. 출혈 경쟁은 갈수록 심해졌다.
이 대표는 좁은 국내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염증을 느꼈다. 그는 과감하게 방향을 틀었다. 동대문 옷을 일본에서 팔아보기로 결정했다. 보세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고, 브랜드 의류가 중심인 일본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 2007년 일본에 의류 쇼핑몰 ‘디홀릭’을 열었다. 디홀릭은 일본에서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일본 온라인 의류 쇼핑몰 3위
디스카운트는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하다. 국내에서 운영하는 여성 쇼핑몰인 ‘다홍’과 ‘세컨리즈’ 등은 연 매출 200억원 정도를 올리는 수많은 쇼핑몰 가운데 하나지만, 디홀릭은 일본에서 작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일본 여성 의류 온라인 쇼핑몰 중 조조타운과 쇼프리스트 다음으로 인지도가 높은 게 디홀릭”이라고 설명했다. 디홀릭 가입 회원 수는 약 150만 명,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16만4000명에 달한다. 신주쿠역 근처 백화점인 신주쿠 루미에 에스트의 디홀릭 오프라인 매장도 2016년부터 단위면적당 매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디홀릭은 대기업도 성공하지 못한 ‘K패션 일본 진출’을 성사시켰다. 이를 가능케 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K패션’을 있는 그대로 가져간 것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일본에 진출하면서 ‘일본 스타일’의 옷을 팔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국내 쇼핑몰인 다홍에서 판매하는 옷과 비슷한 옷을 70% 이상 가져갔다”고 했다. 그는 “일본 소비자들이 여성스럽고 귀여운 옷만 좋아할 것이란 선입견이 있지만 한국 특유의 시크하고 심플한 옷을 좋아하는 일본인들도 굉장히 많다는 것을 판매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지화’한다며 어정쩡한 제품을 팔려 하지 않고, 한국적인 것을 찾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좋은 원단과 빠른 상품 교체
좋은 원단과 빠른 상품 교체도 디홀릭이 일본 소비자를 사로잡은 비결이다. 물가가 비싼 일본에서 비교적 싼 가격에 좋은 원단으로 만든 옷을 공급한 것을 소비자들이 알아봐줬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신상품을 빠른 속도로 선보인 것도 효과가 있었다. 디홀릭에 올라오는 신상품은 하루 평균 45~50개 정도다. 계절 변화에 둔감한 브랜드 의류보다 발빠르게 다양한 상품을 갖췄다. 한국 쇼핑몰처럼 의류 사진을 잡지 화보같이 찍어 올렸다. 이 대표는 “사진을 보고 일본 의류 브랜드에서 화보 작업 제의도 여러 번 했을 정도”라며 “마네킹을 사용하거나 본사 직원들이 입고 대충 찍어 올리는 일본 의류 쇼핑몰 환경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많은 투자를 했다. 엉성한 일본어 번역, 해외 배송료와 별도 관세 납부 등의 절차를 모두 생략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일본 직원들에게 의류 설명을 맡겼다. 일본 지사에서는 소비자들이 실시간으로 전화 상담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대표는 “많은 일본 소비자는 디홀릭을 ‘한국 옷을 판매하는 일본 회사’로 알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해외 배송 시간을 크게 단축한 것은 디홀릭 전략의 하이라이트였다. 일본 소비자가 오후 8시에 주문하면 다음날 낮 12시 비행기로 제품이 일본으로 건너가 오후 4시면 일본 물류창고에 도착한다. 이 대표는 “연휴에도 매일 제품을 비행기로 실어나른다”며 “주문 후 늦어도 3~4일이면 받아볼 수 있는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국내 유명 의류업체 대거 입점
디홀릭은 일본에서 온라인 비즈니스를 대대적으로 확장할 준비에 들어갔다. 작년 초 무신사의 스트리트 패션 상위 브랜드 150개가량을 디홀릭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시킨 데 이어 지난해 11월부터는 난닝구 시크헤라 츄 나인 등 국내 유명 온라인 여성의류몰을 대거 합류시켰다. 난닝구는 입점 3일 만에 매출 1억원을, 시크헤라는 입점 2개월 만에 3억원의 매출을 냈다. 해외 배송과 배송료, 고객 상담 등 해외 진출에 필요한 모든 것은 디홀릭에서 처리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 형태다.
의류와 함께 화장품 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현재 잇츠스킨 더쌤 토니모리 클리오 VT코스메틱 등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을 판매하고 있는 5개 일본 오프라인 매장 ‘크리마레’를 올해 10여 개 더 늘릴 예정이다.
이 대표가 다음으로 눈여겨보고 있는 시장은 소품 시장이다. 그는 “한국의 독특한 패브릭이나 소품 등 생활용품은 일본에서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붐’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며 “소품 시장에서 지금까지 일으킨 매출만큼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2~3년 안에 기업공개(IPO)도 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사업 확장을 위해 2~3년 안에 IPO를 통해 자금을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이동환 디스카운트 대표(사진)는 국내 온라인 의류 쇼핑몰 1세대다. 대학 졸업 후 이 대표는 ‘동대문 닷컴’에서 일했다. 동대문 의류 인프라를 해외 바이어들에게 소개하는 벤처기업이었다. 2000년 회사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자 이듬해 직원들과 함께 여성 온라인 의류 쇼핑몰 ‘다홍’을 열었다. 이후 4, 5년간 그럭저럭 회사를 키웠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성장이 더뎌졌다. 온라인 쇼핑몰 붐이 불면서 수없이 많은 인터넷 몰이 생기고 없어졌다. 출혈 경쟁은 갈수록 심해졌다.
이 대표는 좁은 국내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염증을 느꼈다. 그는 과감하게 방향을 틀었다. 동대문 옷을 일본에서 팔아보기로 결정했다. 보세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고, 브랜드 의류가 중심인 일본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 2007년 일본에 의류 쇼핑몰 ‘디홀릭’을 열었다. 디홀릭은 일본에서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일본 온라인 의류 쇼핑몰 3위
디스카운트는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하다. 국내에서 운영하는 여성 쇼핑몰인 ‘다홍’과 ‘세컨리즈’ 등은 연 매출 200억원 정도를 올리는 수많은 쇼핑몰 가운데 하나지만, 디홀릭은 일본에서 작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일본 여성 의류 온라인 쇼핑몰 중 조조타운과 쇼프리스트 다음으로 인지도가 높은 게 디홀릭”이라고 설명했다. 디홀릭 가입 회원 수는 약 150만 명,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16만4000명에 달한다. 신주쿠역 근처 백화점인 신주쿠 루미에 에스트의 디홀릭 오프라인 매장도 2016년부터 단위면적당 매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디홀릭은 대기업도 성공하지 못한 ‘K패션 일본 진출’을 성사시켰다. 이를 가능케 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K패션’을 있는 그대로 가져간 것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일본에 진출하면서 ‘일본 스타일’의 옷을 팔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국내 쇼핑몰인 다홍에서 판매하는 옷과 비슷한 옷을 70% 이상 가져갔다”고 했다. 그는 “일본 소비자들이 여성스럽고 귀여운 옷만 좋아할 것이란 선입견이 있지만 한국 특유의 시크하고 심플한 옷을 좋아하는 일본인들도 굉장히 많다는 것을 판매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지화’한다며 어정쩡한 제품을 팔려 하지 않고, 한국적인 것을 찾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좋은 원단과 빠른 상품 교체
좋은 원단과 빠른 상품 교체도 디홀릭이 일본 소비자를 사로잡은 비결이다. 물가가 비싼 일본에서 비교적 싼 가격에 좋은 원단으로 만든 옷을 공급한 것을 소비자들이 알아봐줬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신상품을 빠른 속도로 선보인 것도 효과가 있었다. 디홀릭에 올라오는 신상품은 하루 평균 45~50개 정도다. 계절 변화에 둔감한 브랜드 의류보다 발빠르게 다양한 상품을 갖췄다. 한국 쇼핑몰처럼 의류 사진을 잡지 화보같이 찍어 올렸다. 이 대표는 “사진을 보고 일본 의류 브랜드에서 화보 작업 제의도 여러 번 했을 정도”라며 “마네킹을 사용하거나 본사 직원들이 입고 대충 찍어 올리는 일본 의류 쇼핑몰 환경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많은 투자를 했다. 엉성한 일본어 번역, 해외 배송료와 별도 관세 납부 등의 절차를 모두 생략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일본 직원들에게 의류 설명을 맡겼다. 일본 지사에서는 소비자들이 실시간으로 전화 상담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대표는 “많은 일본 소비자는 디홀릭을 ‘한국 옷을 판매하는 일본 회사’로 알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해외 배송 시간을 크게 단축한 것은 디홀릭 전략의 하이라이트였다. 일본 소비자가 오후 8시에 주문하면 다음날 낮 12시 비행기로 제품이 일본으로 건너가 오후 4시면 일본 물류창고에 도착한다. 이 대표는 “연휴에도 매일 제품을 비행기로 실어나른다”며 “주문 후 늦어도 3~4일이면 받아볼 수 있는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국내 유명 의류업체 대거 입점
디홀릭은 일본에서 온라인 비즈니스를 대대적으로 확장할 준비에 들어갔다. 작년 초 무신사의 스트리트 패션 상위 브랜드 150개가량을 디홀릭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시킨 데 이어 지난해 11월부터는 난닝구 시크헤라 츄 나인 등 국내 유명 온라인 여성의류몰을 대거 합류시켰다. 난닝구는 입점 3일 만에 매출 1억원을, 시크헤라는 입점 2개월 만에 3억원의 매출을 냈다. 해외 배송과 배송료, 고객 상담 등 해외 진출에 필요한 모든 것은 디홀릭에서 처리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 형태다.
의류와 함께 화장품 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현재 잇츠스킨 더쌤 토니모리 클리오 VT코스메틱 등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을 판매하고 있는 5개 일본 오프라인 매장 ‘크리마레’를 올해 10여 개 더 늘릴 예정이다.
이 대표가 다음으로 눈여겨보고 있는 시장은 소품 시장이다. 그는 “한국의 독특한 패브릭이나 소품 등 생활용품은 일본에서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붐’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며 “소품 시장에서 지금까지 일으킨 매출만큼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2~3년 안에 기업공개(IPO)도 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사업 확장을 위해 2~3년 안에 IPO를 통해 자금을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