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착한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AIRI) 원장(사진)은 8일 경기 판교 AIRI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AI 기술은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개발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016년 설립된 AIRI는 AI 기술 개발을 위해 출범한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삼성전자, LG전자, KT 등 7개 기업이 출자해 설립했다.

출범 당시부터 AIRI를 이끌어온 김 원장은 올초 서울 인사동 갤러리에서 열린 ‘인공지능시대의 예술작품 전시회’를 ‘착한 AI’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전시작품은 AIRI에서 개발한 ‘AI아틀리에(AI Atelier)’와 이수진 작가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AI아틀리에는 새로운 시각예술 도구로 끊임없이 의미의 실현을 모색하는 예술가적 창의성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 작가는 이 도구를 활용한 수십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가는 변형을 원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고르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에 맞게 그림의 부분부분에 원하는 화풍을 적용했다.

“작가는 아이디어를 내고 AI는 그동안 인간이 해왔던 번거로운 작업들을 대신하는 거죠.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초 안팎으로 크게 단축될 수 있습니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기보다는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AIRI 입구 대형 스크린에서는 안내원 복장의 여성 캐릭터 ‘맹문희’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눈을 깜박이기도 하고,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각각의 역할과 기능에 따라 ‘맹집사’, ‘맹애리’ 등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캐릭터들도 있다. “지금은 AI가 세분화된 분야에서만 역할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종합적인 지식과 사고능력을 가진 AI를 만들겠다”는 게 김 원장의 포부다.

김 원장은 국내에서 AI 연구에 대한 더욱 집중적이고 활발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AI 연구를 위해 필수적인 데이터 수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술을 선점하는 쪽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구조”라며 “선점 기술이 없다면 다른 나라에서 기술 종속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AI계 ‘1세대 전문가’로 평가되는 김 원장은 서울대와 미국 UCLA에서 각각 공학과 전산학을 전공하고 1985년부터 30년간 KAIST 전산학과 교수를 지냈다. KAIST에서 재직하며 그가 배출한 AI 전문가만 100여 명에 달한다. 그는 “국내에 AI 전문 인력이 부족하지는 않다”며 “다만 AI 발전에 따른 과도한 두려움과 불안이 기술 개발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