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9]알렉사 품은 '삼성전자'… 두마리 토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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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데이터·플랫폼 경쟁력 획득
삼성은 업계 1위 인공지능 플랫폼을
아마존은 5억대 IT기기 활용 가능해져
삼성은 업계 1위 인공지능 플랫폼을
아마존은 5억대 IT기기 활용 가능해져
"아마존의 알렉사를 사용하면 당장의 홍보효과는 있겠지만 발생하는 수 많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당시 CE사업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2년 전 CES에서 한 말이다. 그는 패밀리허브 냉장고에 알렉사가 탑재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혁신을 위해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이 필요한데 알렉사를 사용하면 데이터를 갖고 올 수 없다. 그래서 자체개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8일. 삼성전자는 CES 2019에서 아마존과의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TV, 냉장고, 세탁기 등이 알렉사 플랫폼과 연동하는 내용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을 통해 개방형 에코시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사실 삼성전자가 알렉사를 탑재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2017년 로봇 청소기 파워봇 VR7000에 알렉사를 탑재했다. 하지만 실험적 성격이 강했다.
그렇다고 협력을 위한 논의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양사는 2017년 출시된 패밀리허브 냉장고에 알렉사를 탑재하는 방안을 놓고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아마존이 기기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 공유를 거절하면서 협력은 실행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미국의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기업 '비브랩스'를 인수하고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에 나선 것도 이때다.
2014년 알렉사를 출시한 아마존은 누구나 알렉사의 모든 기능을 쉽고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오픈 API(복잡한 프로그래밍 기술 없이 프로그램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연계 프로그램) 형태로 서비스했다.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메시징 등 막대한 제반 환경이 필요하다. 중소업체들이 인공지능 서비스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오픈 API 형태인 알렉사를 활용하면 이같은 제약을 해결할 수 있다. 아마존의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시설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기기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 전부를 아마존이 독점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사용한 데이터를 저장해 학습하는 딥 러닝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한다. 데이터가 축적될 수록 인공지능은 진화하고 완벽에 가까워진다. 아마존은 알렉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기기를 통해 축적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다. 누구나 알렉사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지만 정작 인공지능의 핵심인 막대한 데이터는 활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알렉사 탑재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 부회장의 말처럼 당장은 홍보효과는 있겠지만 향후 인공지능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더욱이 한국어 서비스가 제한적인 알렉사 플랫폼의 단점도 삼성전자의 자체 플랫폼 개발을 부추겼다.
그럼에도 알렉사의 영향력은 꾸준히 확대됐고 삼성전자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알렉사가 탑재된 전자기기는 지난해까지 1억대가 판매됐으며, 삼성전자의 주요 경쟁사들도 앞다퉈 알렉사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고민에 빠진 삼성전자에게 아마존이 또다시 협력을 제안했고 양사는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렇게 나온 결론이 '빅스비를 거쳐 알렉사와 연결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제품에서 곧바로 알렉사를 호출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빅스비와 알렉사가 연동해 명령을 수행한다. 이렇게 될 경우 기기로 수집된 데이터를 양사가 함께 활용할 수 있어 데이터 소유에 대한 이견을 피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연간 5억대의 IT제품을 판매하는 삼성전자의 시장의 지배력을 존중하면서 타협점을 찾았다고 평가한다. 실제 인공지능 플랫폼에서 아마존의 영향력은 독보적이지만 삼성전자의 지배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연평균 IT제품 판매량이 알렉사 인공지능 스피커의 누적 판매량의 10배가 넘기 때문이다. 기기를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협력을 통해 양사는 막강한 인공지능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업계 1위 인공지능 플랫폼을, 아마존은 연간 5억대의 디바이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양사는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당장은 일부 내용만 논의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협력 방안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개방형 에코시템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당시 CE사업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2년 전 CES에서 한 말이다. 그는 패밀리허브 냉장고에 알렉사가 탑재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혁신을 위해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이 필요한데 알렉사를 사용하면 데이터를 갖고 올 수 없다. 그래서 자체개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8일. 삼성전자는 CES 2019에서 아마존과의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TV, 냉장고, 세탁기 등이 알렉사 플랫폼과 연동하는 내용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을 통해 개방형 에코시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사실 삼성전자가 알렉사를 탑재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2017년 로봇 청소기 파워봇 VR7000에 알렉사를 탑재했다. 하지만 실험적 성격이 강했다.
그렇다고 협력을 위한 논의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양사는 2017년 출시된 패밀리허브 냉장고에 알렉사를 탑재하는 방안을 놓고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아마존이 기기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 공유를 거절하면서 협력은 실행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미국의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기업 '비브랩스'를 인수하고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에 나선 것도 이때다.
2014년 알렉사를 출시한 아마존은 누구나 알렉사의 모든 기능을 쉽고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오픈 API(복잡한 프로그래밍 기술 없이 프로그램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연계 프로그램) 형태로 서비스했다.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메시징 등 막대한 제반 환경이 필요하다. 중소업체들이 인공지능 서비스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오픈 API 형태인 알렉사를 활용하면 이같은 제약을 해결할 수 있다. 아마존의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시설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기기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 전부를 아마존이 독점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사용한 데이터를 저장해 학습하는 딥 러닝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한다. 데이터가 축적될 수록 인공지능은 진화하고 완벽에 가까워진다. 아마존은 알렉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기기를 통해 축적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다. 누구나 알렉사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지만 정작 인공지능의 핵심인 막대한 데이터는 활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알렉사 탑재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 부회장의 말처럼 당장은 홍보효과는 있겠지만 향후 인공지능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더욱이 한국어 서비스가 제한적인 알렉사 플랫폼의 단점도 삼성전자의 자체 플랫폼 개발을 부추겼다.
그럼에도 알렉사의 영향력은 꾸준히 확대됐고 삼성전자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알렉사가 탑재된 전자기기는 지난해까지 1억대가 판매됐으며, 삼성전자의 주요 경쟁사들도 앞다퉈 알렉사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고민에 빠진 삼성전자에게 아마존이 또다시 협력을 제안했고 양사는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렇게 나온 결론이 '빅스비를 거쳐 알렉사와 연결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제품에서 곧바로 알렉사를 호출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빅스비와 알렉사가 연동해 명령을 수행한다. 이렇게 될 경우 기기로 수집된 데이터를 양사가 함께 활용할 수 있어 데이터 소유에 대한 이견을 피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연간 5억대의 IT제품을 판매하는 삼성전자의 시장의 지배력을 존중하면서 타협점을 찾았다고 평가한다. 실제 인공지능 플랫폼에서 아마존의 영향력은 독보적이지만 삼성전자의 지배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연평균 IT제품 판매량이 알렉사 인공지능 스피커의 누적 판매량의 10배가 넘기 때문이다. 기기를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협력을 통해 양사는 막강한 인공지능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업계 1위 인공지능 플랫폼을, 아마존은 연간 5억대의 디바이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양사는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당장은 일부 내용만 논의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협력 방안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개방형 에코시템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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