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훈 주일 한국대사가 한국 법원이 신일철주금에 대한 자산압류를 승인한 것과 관련해 9일 일본 정부의 초치를 받고 외무성에 들어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가 한국 법원이 신일철주금에 대한 자산압류를 승인한 것과 관련해 9일 일본 정부의 초치를 받고 외무성에 들어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법원이 신일철주금에 대한 자산압류를 승인한 것과 관련해 일본 외무성이 9일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한·일 양국간 갈등이 ‘시계 제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외무성의 아키바 다케오 사무차관은 이날 이 대사를 도쿄 외무성 청사로 불러 유감을 표명했다. 굳은 표정으로 외무성 청사로 들어간 이 대사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첫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이 대사를 세 차례에 걸쳐 초치해 반발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관계 각료 회의를 열고 신일철주금의 자산압류와 관련해 논의했다. 이시이 게이이치 국토교통상은 회의 후 기자들에게 “신일철주금의 자산압류가 확인되는대로 한·일청구권 협정에 기초한 협의를 한국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결정과 관련해 한국과의 관계 및 일본 기업의 경제활동 보호를 고려한 전반적인 대응책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협의 요청이 오는대로 관련 부처간 협의를 거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강제징용 대책 관련 컨트롤 타워인 총리실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첫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후속 대책에 대해 계속 논의를 해왔으며, 일본의 반응을 보면서 대응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번 법원 결정을 앞두고 지난 4일 고노 다로 일본 외교장관과 전화를 통해 우리 피해자 측의 강제집행 절차 신청 등의 국내 상황과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현안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한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문제는 향후 양국간 협의가 진행되더라도 일본은 한·일청구권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할 것이 뻔해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양국간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없는 경우 제 3국을 포함한 중재위원회를 개최하거나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외교당국자는 “일본이 ICJ에 제소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응하지 않으면 재판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양국간 무역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케이 신문은 지난 7일 신일철주금 자산 압류신청과 관련한 정부 대책 회의에서 한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