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한국판 NASA' 설립을 생각할 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2차 우주산업 전략안’을 마련하고 지난달 6일 공청회를 열었다.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조만간 확정할 우주산업 전략안에 대해 우주산업계의 관심이 매우 크다.

주요 내용은 지금까지의 정부 주도 우주개발에서 민간이 할 수 있는 분야는 민간 주도로 하겠다는 것과 공공수요를 체계적으로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또 위성 활용 서비스산업을 촉진하기 위한 세부 정책 수립, 우주부품 국산화를 장려하기 위한 기술개발 지원, 국산부품 사용 의무화, 우주환경 시험지원 등 산업계가 학수고대하던 내용이 많이 반영됐다. 이 밖에도 해외 기업에 유리했던 계약조건이나 법 조항을 정비토록 하는 등 우주산업계의 숙원이 풀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략안에는 적시되지 않았는데, 우주산업계뿐만 아니라 학계, 연구계에서도 강하게 요망해온 내용이 있다. 우주개발을 전담할 정부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우주개발과 관련한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인 국가우주위원회가 있다. 국가우주위원회는 과기부 장관이 위원장이고 우주분야 수요 부처 차관들이 참여하는 우주개발의 최고 심의의결기구다.

문제는 국가우주위원회가 ‘회의체’라는 사실이다. 물론 과기부 내 담당 정책관과 과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는 있다. 그런데 우주와 연계된 업무는 이제 과기부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기상청을 비롯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행정안전부, 국방부 등 많은 부처의 현안이 되고 있다. 제기되는 현안 과제를 적기에 해결하고 최적의 추진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제기하는 해당 부처 공무원들과 총괄 조정해야 하는 과기부 공무원들이 함께 논의하는 전담조직이 있어야 한다.

우주산업계는 우주선진국들처럼 ‘우주청(Space Agency)’ 설립을 희망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우주 예산은 연 5000억원을 넘어 기상청 예산보다 많았다. 우주선진국은 거의 모두 우주청을 두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프랑스 국립우주센터(CNES), 독일 항공우주청(DLR), 러시아 연방우주청(ROSCOSMOS) 등이 대표적이다.

우주청 설치가 당장 어렵다면 과기부에 우주전담 실 또는 국을 설치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실질적인 우주청 역할을 해온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대형 국책우주사업 수행과 신기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다질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우주 관련 현안들은 거의 범부처적이다. 예를 들어 보자. 드론이나 자율주행자동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밀 항법위성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드론이나 자율주행자동차산업 관련 인프라 구축과 제도를 담당하는 부처는 국토부다. 이 분야 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부처는 산업부다. 위성항법시스템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히 요구되는 것이어서 해외 기술에 의존할 수만은 없다. 위성항법시스템의 국내 개발과 주파수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는 과기부다.

항법위성 분야만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달 4일 아리안5호에 실려 발사된 천리안2A 위성은 과기부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정지궤도 위성이다. 발사 후 이 위성을 활용하는 부처는 기상청이다. 올해 발사될 해양·환경 관측용 천리안2B 위성 활용 부처는 해수부와 환경부다. 안보 수요도 마찬가지다. 최근 계약이 마무리된 정찰위성사업도 범정부 차원의 협력이 뒷받침돼야만 최첨단 위성개발이 안고 있는 잠재적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정책은 시행 적기를 놓치면 안 된다. 작년 11월28일 누리호 시험발사체 성공에 이어 12월3일의 미국 밴덴버그 우주발사장에서 발사된 차세대 소형위성1호와 앞서 언급한 천리안2A 위성까지 국가 우주사업 세 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국민으로부터 큰 성원을 받고 있다. 많은 우주전문가는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첫발은 우주개발 전담 정부조직의 설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