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대표 지수로만 기초자산을 구성한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중 목표수익률이 연 9%를 초과하는 상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작년 10월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미 지수가 많이 떨어져 추가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금융투자회사들이 목표수익률을 높인 ELS를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목표 年 9%…高수익 ELS 속속 등장
높아지는 ELS 목표수익률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유로스톡스50, 홍콩H, 닛케이225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목표수익률 연 9.2%짜리 ‘ELS 17464’를 이날까지 판매했다. 투자기간 3년 동안 ‘기초자산이 하나라도 가입 시점 대비 55%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녹인 배리어 55%) 약속된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NH투자증권이 목표수익률 연 9%대 지수형 ELS를 내놓은 것은 작년 4월 초 이후 처음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목표수익률 연 9%대 지수형 ELS를 내놓은 곳은 삼성증권밖에 없었다. ELS는 연 5~10% 수익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낼 수 있어 고액자산가가 많이 찾는 금융투자상품이다. 삼성증권은 작년 8월, 9월, 11월, 12월에 녹인 배리어 55%짜리 목표수익률 연 9%대 ELS를 1~2개씩 선보였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에 이어 다른 대형 증권사도 목표수익률 연 9%대 상품을 잇달아 내놓을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때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지수형 ELS 목표수익률이 연 5~6%까지 떨어졌다가 지금은 연 7~8%로 높아졌다”며 “손실 가능성이 크지 않은 목표수익률 연 7%대 지수형 ELS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 변동성 커진 게 영향

한동안 목표수익률 연 9%대 지수형 ELS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유는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크지 않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지수형 상품 설계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발행되는 ELS의 기초자산과 연계된 옵션에 투자해 수익을 내고 이를 투자자에게 되돌려준다. 기초자산의 등락폭이 커지지 않으면 높은 목표수익률을 제시하기 어렵다.

작년 3분기에 글로벌 증시가 지루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지수형 ELS의 목표수익률이 연 4%대까지 떨어지자 주요 증권사는 기초자산 중 하나를 삼성전자, 넷플릭스 등의 종목으로 채워 목표수익률을 연 7%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작년 4분기 들어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수만으로 높은 목표수익률의 ELS 설계가 가능해졌지만 운용 과정에서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걸림돌이 됐다. 비교적 보수적으로 영업하는 은행계 증권사의 지수형 ELS 목표수익률은 아직 연 6%대다. KB증권은 목표수익률을 높이는 대신 녹인 배리어 50%짜리나 녹인 배리어가 없는 ‘노 녹인’ 상품 발행건수를 늘려 투자자들의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돕는다는 전략이다.

“투자환경 좋아져”

증권사의 재테크 전문가들은 작년 4분기 이후 글로벌 주요국 증시 대표 지수가 크게 떨어지면서 ELS의 손실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졌다고 말한다.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지수 중 가장 변동성이 크다고 평가받는 홍콩H지수는 녹인 배리어 55%짜리 상품에 지금 가입했을 때 지수가 5500 미만으로 떨어져야 손실 가능 구간에 접어든다. 홍콩H지수는 현재 10350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11월 이후 홍콩H지수가 5500 밑으로 내려간 적은 없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 경기 둔화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기초자산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남아있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경기지표를 감안했을 때 올 한 해 글로벌 증시는 안 좋은 이벤트가 등장할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