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자문위원회는 9일 다음 총선을 겨냥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의원 정수 확대’를 권고안으로 제시했다. 현행 300석인 국회의원 정수를 360석으로 늘리는 게 핵심이다. 국민 여론 악화를 우려해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의원 정수 확대’를 공개적으로 꺼내든 것이다.

정개특위 자문위는 이날 국회에서 ‘자문위 의견서 전달식’을 열고 문희상 국회의장과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에게 대안을 제출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 교수 등 16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은 의견서를 통해 “정개특위는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정개특위 자문위가 사실상 찬성 의견을 낸 셈이다. 지역구별 최다 득표자 한 명이 당선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로 의석수를 결정한다.

자문위는 현재보다 의석수 60명 증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자문위는 “우리 국회의원 수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비교할 때 적은 편”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채택을 고려할 때 의원 수는 360명 규모로 증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판 여론을 의식해 “의원 수가 증가하더라도 국회 예산을 동결해야 한다”고 말해 의원 수 확대로 국회의원 세비 지출의 총합이 늘어나서는 안 된다는 부대조건을 달았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의 비율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자문위 안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역구 의석 및 비례대표 의원 수 증가 등 세부적인 핵심 쟁점들이 자문안에 빠져 있고,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등 1, 2당이 증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개혁 선언이나 국회 예산 동결 정도만으로는 국회의원 증원에 대한 반대 여론을 뚫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일부 자문위원들은 의원 증원을 담은 자문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겸임교수 등은 아예 의견서에 서명조차 하지 않았다. 이기우 자문위원은 별도로 첨부한 부대 의견에서 “지역구를 대선거구로 개편하면 국회의원 수를 늘리지 않아도 의석 배분의 비례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헌조 자문위원은 “제왕적 대통령제인 현행 대통령 중심제하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놨다.

자문위는 이와 함께 선거 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로 낮출 것을 제시했다. 논의 과정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면 학교가 정치 논리에 휩쓸릴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으나 자문위 안으로 최종 결정됐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