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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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차관급 협상이 마무리됐지만, 무역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지적재산권 등에선 별다른 합의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기대감이 선반영된 만큼 코스피의 추가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10일 오전 10시40분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46포인트(0.31%) 내린 2058.25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 코스피는 2072.81까지 오르면서 2070선을 회복했지만, 기관 매도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코스닥지수도 0.16% 하락하고 있다.

제프리 게리시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이끄는 협상팀은 중국 베이징에서 전날까지 총 3일간 중국 왕서우원 상무부 부부장과 협상을 진행했다. 당초 7~8일이었던 일정은 지난 9일까지 하루 연장되면서 협상 기대감을 높였다.

일정을 마친 미 협상 대표들은 성명서를 통해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농작물, 에너지 및 제조물품 등을 상당량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중국에게 요구하고 있는 핵심사항은 크게 두 가지로 기술이전·지적재산권 보호 등과 무역수지 적자 해소였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 대해선 일부 충족을 시키면서 향후 무역협상 진전 가능성을 높였다"면서도 "중국의 강제 기술이전, 지적재산권보호, 정보해킹 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식재산권과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등 핵심 쟁점에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상에 참여했던 정부 관료의 말을 인용해 9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협상에서 미국은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중국 정부의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지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은 정부 보조금 지급 중단은 사회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은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요구 금지를 명분화할 것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차관급 무역협상은 금융시장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중국 류허 부총리의 협상장 방문 등 외형만 요란했을 뿐 실제로 미국에 양보한 내용은 미미하며,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및 서비스시장 개방에 따른 거대담론만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향후 양국은 22~25일 열리는 다보스포럼에서 무역협상의 최종 담판을 지을 것으로 에상된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 부주석이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역분쟁 관련 회담을 진행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추가 상승세는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이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는 점에서다. 또 이번 차관급 회담을 통해 무역갈등에 대한 완전한 해소가 쉽지 않다는 점을 확인, 무역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 연구원은 "중국제조 2025 등과 관련해선 미국과 중국 양측 모두가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역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협상에서도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왕치산 부주석 회담 가능성으로 협상 기대감은 이어질 수 있지만, 주가 상승 모멘텀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