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는 부인 매켄지 베이조스(48)와의 결혼 1년 뒤인 1994년 아마존을 설립했다. 현재 자산 1370억달러(153조원) 대부분을 결혼 후 모았다는 뜻이다. 9일(현지시간) 이혼 사실을 알림에 따라 결혼기간 형성된 재산은 분할 대상이 됐다. 베이조스 부부가 살고 있는 미국 워싱턴주는 결혼기간 이룬 부를 부부 공동재산으로 간주한다. 혼전 합의서를 작성한 게 아니라면 통상 워싱턴주 법에 따라 베이조스는 매켄지에게 약 76조원을 고스란히 떼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베이조스의 자산 대부분이 아마존 주식이란 점이다. 76조원을 매켄지에게 내주려면 보유한 지분의 절반 가량을 매켄지에게 주식으로 주거나 매각해야 할 수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자료(2018년 11월 기준)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아마존 주식 7881만8217주를 보유, 전체 아마존 유동주식의 16.1%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원화 가치로 환산하면 약 146조6487억원.
베이조스를 제외한 나머지 대주주들은 대부분 기관투자자다. 베이조스에 이어 뱅가드그룹 5.93%, 피델리티 3.48%, 블랙록 3.47% 등이 아마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당장은 이들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12.88%) 베이조스의 지분(16.1%)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베이조스가 전체 주식의 절반을 매켄지에게 넘기면 경영권이 흔들린다. 아마존 최대 주주가 베이조스와 매켄지(이상 8.55%)로 양분될 경우, 상황에 따라 매켄지가 누군가와 손을 잡고 베이조스를 CEO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시나리오도 그려볼 수 있다.
물론 두 사람이 별도의 혼전 계약서를 작성했거나 주식 의결권만 베이조스에게 양도하는 식으로 모종의 합의를 했을 수도 있다. 단 이같은 안전장치를 걸어놓지 않았다면 베이조스의 이혼이 아마존 '경영권 위협'으로까지 치달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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