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채용비리 죗값에 무게를 싣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혐의를 일절 부인하고 있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에게 어떤 판결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
10일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재희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도망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 따랐다.
재판부는 "이 전 행장이 합격시킨 채용자는 청탁대상 지원자이거나 행원의 친인척인 경우"라며 "불공정성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은행의 공공성과 우리은행의 사회적 위치 등을 고려했을 때 은행장의 재량권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전 행장은 2015∼2017년 우리은행 공개채용 서류전형 또는 1차 면접에서 불합격권이던 지원자 37명을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시켜 우리은행의 인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불구속기소 됐다.
법원은 함께 기소된 남모 전 부행장과 전 인사부장 홍모씨 등 전직 임직원들의 범죄사실 또한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현재로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채용비리로 홍역을 치룬 다른 은행들도 표정관리에 나섰다.
검찰은 지난해 우리·국민·하나 등 시중은행과 부산·대구·광주 등 지방은행의 채용 비리 의혹을 전격 수사했다. 12명을 구속기소했고, 26명을 불구속으로 기소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은행장은 지난해 9월 징역 1년6개월에 실형을 선고받았고, 성 전 회장은 채용비리와 자사주 시세 조종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조 회장과 함 행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 모두 채용비리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 중이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 재임 기간인 2015~2016년 신입행원 채용에서 지원자 30명의 점수를 조작하고,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지원자 101명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함 행장은 2015~2016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총 지원자 9명을 부당하게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녀 합격자 비율을 4대 1로 맞추기 위해 불합격자 10명을 합격시킨 혐의도 있다.
업계는 자진 사퇴한 이광구 전 행장과 달리 조 회장과 함 행장은 현직에 몸을 담고 있어 향후 파장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전 행장의 재판 결과가 향후 이들의 재판은 물론 거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함 행장은 오는 3월, 조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이광구 전 행장에게 내려진 판결이 결코 가볍지 않다. 어쩌면 은행권은 지난해보다 올해 채용비리로 더 크게 휘청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함 행장과 조 회장은 구속은 면했지만 현직에 있는 만큼 재판 결과에 따라 더 크게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