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영상콘텐츠 강화 위해 삼성·LG전자와 전격 제휴
구글·아마존, 현대차 등과 자율주행車 협업 활발
SKT도 전장업체 하만과 차량용 플랫폼 공동 개발
합종연횡 위해 CES 집결
CES 전시장을 빼곡하게 채운 대형 광고판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신세계를 맞고 있는 세계 기업들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고 적응하면 이익을 독식하고, 도태되는 기업은 사라지는 냉혹한 세계를 반영했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게 현실이었다. 올해 CES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신기술을 지배하기 위한 기업 간 합종연횡’인 이유다.
애플은 자사의 영상 및 음악 콘텐츠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 CES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TV제조업체들과 전격 제휴했다. 그동안 폐쇄적 생태계를 구축해 고객 이탈을 막아왔던 전략을 180도 바꿨다. “구글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장악한 영상 등 콘텐츠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권봉석 LG전자 사장)이라는 분석이다. 애플과 삼성이 휴대폰사업에서 조(兆) 단위 특허 소송을 7년간 벌일 정도로 앙숙관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변화라는 분석이다.
과거 애플, 아마존, 구글은 CES에서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그러던 구글이 지난해 처음으로 부스를 차리더니 올해는 부스를 2층 규모(1400㎡)로 키웠다. 지난해의 세 배 수준이다. 올해 처음 대형 부스를 차린 아마존은 컨벤션센터에서 떨어져 있는 베네시안호텔에 전시장을 꾸렸다. 애플은 올해 처음으로 초대형 옥외 광고판을 설치했다. 광고 문구는 “당신의 아이폰에서 일어나는 일, 당신의 아이폰에 머물게 하세요”다. 경쟁자 구글이 유저 정보를 각종 전자상거래(e커머스)에 이용한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다.
AI 생태계 확산에 사활
아마존과 구글이 CES에 대규모 전시장을 꾸리기 시작한 것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AI 플랫폼 생태계를 잡기 위해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처럼 자사 플랫폼을 많이 쓸수록 영향력과 이익이 급증하기 때문에 세를 불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아마존과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의 사업에서 협력하고 있는 코웨이의 이해선 대표는 “아마존이 코웨이와 같은 세계 AI 협력 파트너에 들이는 공이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아마존 본사 직원들이 협력사를 직접 찾아가 제품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결과까지 면밀하게 확인한다는 것이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LG의 자체 AI 플랫폼을 포기하고 구글 플랫폼을 채택하면 수수료를 주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귀띔했다.
합종연횡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자율주행차다. 아마존과 구글 부스엔 음성으로 내비게이션과 음악 등을 제어할 수 있는 AI 플랫폼이 깔린 차가 전시됐다. 부스에서 만난 아마존 관계자는 “BMW, 아우디, 포드, 도요타 등 글로벌 10개 완성차업체에 음성 AI 플랫폼인 알렉사가 내장됐다”고 했다. 알렉사와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를 연계한 차세대 네트워크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 위 모든 자동차 데이터를 자사 클라우드에 모아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최대 격전지는 자율주행차
내로라하는 세계 정보통신기술(ICT)업체들이 아마존과 구글을 추격하기 위해 완성차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있다. 중국의 1위 검색포털인 바이두는 자사 자율주행 플랫폼인 아폴로가 깔린 석 대의 차량을 선보였다. 그중 하나는 기아차의 즈파오(스포티지)다. 퀄컴과 인텔, 엔비디아 등 반도체업체들도 각각 완성차업체와 손잡고 자율주행 기능이 적용된 자동차를 전시했다. 아우디와 디즈니, BMW와 워너브러더스 등 전혀 다른 이종 업체 간 제휴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LG전자는 AI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K텔레콤도 세계 최대 자동차 전장 기업인 하만, 미국 최대 규모의 지상파 방송사 싱클레어방송그룹과 손을 잡았다.
라스베이거스=좌동욱/오상헌/전설리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