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개방·경합·공생…동아시아 바다 700년史
중국에서 생산한 생사와 견, 면포, 도자기 등은 동아시아 해역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상품 수출 대가로 막대한 양의 은이 중국으로 유입됐다. 일본 이와미 은산, 볼리비아 포토시 광산 등의 은이 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 등을 돌아 중국으로 들어갔다. 16세기 말 명대에는 은의 교류 덕분에 호황 지대가 형성됐다. 은의 생산지인 서일본, 해외 은의 유입 관문인 중국 푸젠과 광둥, 중국에서 조세로 징수된 은이 군사비로 투입된 북방 변경지대 등이 그것이다. 중국 수출 상품 생산지인 강남 삼각주의 대상인들은 대호황을 누렸다. 이 무렵,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는 무역의 이윤을 쟁탈한 세력들이 군사력을 강화했다. 신흥세력인 미얀마의 따웅우 왕조가 대표격이었다.

《바다에서 본 역사》는 700년간 동아시아 바다에서 펼쳐진 역동적인 드라마를 지구적 관점에서 추적한다. 한국 중국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와 인도양, 유럽의 역사까지 망라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회화사, 문학사, 고고학, 군사기술교류사, 대외관계사까지 아우른다. 동아시아 바다는 지식과 정보, 문화, 상품, 군대를 실어나르며 교류를 촉진해 동아시아 세계를 하나로 연결했다.

소장학자 28명이 참여한 이 책은 동아시아 바다의 역사를 개방과 경합, 공생이란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문명과 상품이 교류하고, 유럽 제국주의가 아시아로 침투한 길을 따라 중국산 상품들이 유럽으로 수출됐다. 또한 육지의 정치 권력이 강대해지면서 해양세력을 압박해 공생한 역사를 살펴본다. (하네다 마사시 엮음, 조영헌, 정순일 옮김, 민음사, 404쪽, 2만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