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착각이 눈을 가릴 땐, 샌드위치도 2만8000弗에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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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지능
브라이언 박서 와클러 지음 / 최호영 옮김
소소의책 / 344쪽│1만8000원
브라이언 박서 와클러 지음 / 최호영 옮김
소소의책 / 344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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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안과의사이자 인간지각 전문가인 브라이언 박서 와클러는 《지각지능》에서 “종교적 상상과 어릴 적 양육 방식, 자신의 신념체계가 타당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필요성, 세상 만물의 질서를 종교로 설명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 등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잘못된 지각지능(Perceptual Intelligence)이 비판적 사고의 버튼을 꺼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책마을] 착각이 눈을 가릴 땐, 샌드위치도 2만8000弗에 팔린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901/AA.18663568.1.jpg)
편견과 오해, 착각과 오류, 환상과 망상, 자기기만 등 올바른 지각을 방해하고 공격하는 요인은 부지기수다. 달빛이 어스름한 밤에 숲길을 걷고 있는데 바람이 분다. 앞쪽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며 다가온다. 달빛에 번쩍이는 것이 짐승의 털과 눈빛 같다. 모골이 송연한 채 확인해보니 검은 비닐봉지다. 어두워서 감각의 인식 작용이 부족한 틈을 공포가 끼어들어 지각을 방해한 결과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것, 한밤중 길바닥의 새끼줄을 뱀으로 오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착각은 수많은 형태와 방식으로 감각에 영향을 미치는 지각의 왜곡이다. 예컨대 ‘건강염려증’이라고 불리는 심기증 환자들은 자신의 PI를 왜곡하고 낮추는 커다란 착각 속에 살고 있다. 심기증 환자였던 안데르센이 쓴 《벌거숭이 임금님》은 자신의 보이지 않는 옷이 실재한다고 믿었다. “예술은 진실을, 적어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진실을 깨닫게 만드는 거짓말”이라고 한 피카소의 말처럼, 훌륭한 연극은 관객의 PI를 자극하고 조작함으로써 배우와 관객의 관계를 심화시킨다.
스타를 비롯한 셀럽(유명인사)들의 후광 효과도 경계 대상이다.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커지면서 사람들의 마음은 유명인사는 보통사람보다 우월하다고 믿도록 조작되고, 이것이 후광 효과를 불러일으켜 PI를 방해한다.
극단적 신념이 빚어내는 종교적 광신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교(사이비) 집단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PI가 낮거나 아예 없는, 참인지 거짓인지 분별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노린다”며 교황 우르바노 2세가 병사들에게 폭력을 부추겨 일으킨 십자군전쟁,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과격 이슬람 테러리즘을 예로 든다. 민주적 지도자보다 강력한 지도자를 선호하는 러시아 국민들의 지각지능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푸틴 대통령과 그를 칭찬하고 감탄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태는 놀랍도록 비슷하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책의 말미에는 지각지능을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20개의 사지선다형 질문이 수록돼 있다. 난생처음으로 요리한 닭고기 파이를 오븐에서 막 꺼냈는데 파이 껍질에 예수 얼굴이 찍혀 있는 것 같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릴까, 온라인 경매에 내놓을까, 바티칸에 연락할까. 저자가 제시하는 정답이 촌철살인이다. “식기 전에 먹는 것이 상책이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