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고용 부진 아프다"면서…"정책 기조 바꾸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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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 국정 키워드
경제 35번·성장 29번 거론
평화 1년새 16회→13회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 언급
"오래 전에 낙수효과 끝났다"
경제 35번·성장 29번 거론
평화 1년새 16회→13회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 언급
"오래 전에 낙수효과 끝났다"
‘경제 35번, 성장 29번, 혁신 21번, 평화 13번, 북한 3번.’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28분간 발표한 신년 기자회견문에서 핵심 단어가 반복된 횟수다. 취임 후 20개월간 고용악화 등 기대에 못 미치는 ‘경제 성적표’를 받아든 문 대통령은 이날 집권 3년 차를 맞아 국정 운영 방향의 무게중심을 ‘경제 성과’에 두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하지만 잇따른 정책 부작용과 경고음에도 기존 정책 프레임을 고수하겠다는 견해를 밝혀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성과 내자면서 “가던 길 가야”
문 대통령은 이날 “올해는 국민의 삶 속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그러려면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와 성장, 혁신을 강한 톤으로 언급하면서도 이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공정경제’도 더욱 부각시켰다. ‘재벌’ 등의 반(反)기업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분배’를 위한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날 ‘공정’이란 단어 역시 1년 전에 비해 7회 늘어난 10회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정책의 변화는 분명 두려운 일”이라면서도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기존 정책 기조를 되풀이했다. ‘성과’를 강조하면서 정작 ‘포용’과 ‘공정’에 무게추가 기운 것은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세계가 기적처럼 여기는 놀라운 국가 경제의 성장에도 삶이 고단한 국민이 여전히 많다”며 “우리가 함께 이룬 경제성장의 혜택이 소수의 상위 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됐고 모든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언급하며 “이미 오래전에 낙수효과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팩트 다른 문 대통령 발언 논란
문 대통령은 또 “장기간에 걸쳐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소득 비중은 경제성장률보다 계속해서 높아졌지만, 가계소득 비중은 낮아졌다”며 “어느덧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고 비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그러나 문 대통령이 ‘정책 유지’ 의견을 밝히면서 근거로 언급한 경제 관련 수치에 일부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냉철한 현실 인식에서 벗어난 자화자찬성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경제성장률이 경제발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제시한 지난해 성장률 전망치는 2.6~2.7%다. 이는 작년 세계 경제성장률 3.0%(국제통화기금 추정치)는 물론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의 성장률 2.9%보다도 낮은 수치다.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라는 발언도 꼭 들어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2017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55였고, 5분위 배율은 7배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과 비교하면 지니계수와 5분위 배율이 각각 31위로 하위권은 맞지만 가장 낮은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이 밖에도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긍정 지표”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시설관리업 등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업종의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18만 명 줄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를 긍정 지표로 해석했지만 전문가들은 “취약계층부터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 성과를 내겠다고 하면서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하는 것은 과도한 욕심”이라고 비판했다.
박재원/이태훈 기자 wonderful@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28분간 발표한 신년 기자회견문에서 핵심 단어가 반복된 횟수다. 취임 후 20개월간 고용악화 등 기대에 못 미치는 ‘경제 성적표’를 받아든 문 대통령은 이날 집권 3년 차를 맞아 국정 운영 방향의 무게중심을 ‘경제 성과’에 두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하지만 잇따른 정책 부작용과 경고음에도 기존 정책 프레임을 고수하겠다는 견해를 밝혀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성과 내자면서 “가던 길 가야”
문 대통령은 이날 “올해는 국민의 삶 속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그러려면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와 성장, 혁신을 강한 톤으로 언급하면서도 이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공정경제’도 더욱 부각시켰다. ‘재벌’ 등의 반(反)기업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분배’를 위한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날 ‘공정’이란 단어 역시 1년 전에 비해 7회 늘어난 10회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정책의 변화는 분명 두려운 일”이라면서도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기존 정책 기조를 되풀이했다. ‘성과’를 강조하면서 정작 ‘포용’과 ‘공정’에 무게추가 기운 것은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세계가 기적처럼 여기는 놀라운 국가 경제의 성장에도 삶이 고단한 국민이 여전히 많다”며 “우리가 함께 이룬 경제성장의 혜택이 소수의 상위 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됐고 모든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언급하며 “이미 오래전에 낙수효과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팩트 다른 문 대통령 발언 논란
문 대통령은 또 “장기간에 걸쳐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소득 비중은 경제성장률보다 계속해서 높아졌지만, 가계소득 비중은 낮아졌다”며 “어느덧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고 비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그러나 문 대통령이 ‘정책 유지’ 의견을 밝히면서 근거로 언급한 경제 관련 수치에 일부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냉철한 현실 인식에서 벗어난 자화자찬성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경제성장률이 경제발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제시한 지난해 성장률 전망치는 2.6~2.7%다. 이는 작년 세계 경제성장률 3.0%(국제통화기금 추정치)는 물론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의 성장률 2.9%보다도 낮은 수치다.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라는 발언도 꼭 들어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2017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55였고, 5분위 배율은 7배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과 비교하면 지니계수와 5분위 배율이 각각 31위로 하위권은 맞지만 가장 낮은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이 밖에도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긍정 지표”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시설관리업 등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업종의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18만 명 줄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를 긍정 지표로 해석했지만 전문가들은 “취약계층부터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 성과를 내겠다고 하면서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하는 것은 과도한 욕심”이라고 비판했다.
박재원/이태훈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