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기술을 가르쳐 주고 실무 경험도 쌓게 해 줄 테니 지원하세요. 교육비는 회사가 전액 지원하고 임금까지 줍니다.”

최근 IBM 포드 등 17개 미국 대기업이 정보기술(IT) 인력 확보를 위해 내건 ‘도제(徒弟)교육 안내문’의 주요 내용이다. 이들 기업은 IT 인재 양성에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서로 연계하고 협력하는 ‘도제연맹’도 결성하기로 했다.

첨단 업종인 IT 분야가 도제교육에 나서는 것은 갈수록 심해지는 구인난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따라 해외에서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게 어려워지자 기업들이 채용·교육 전략을 바꾸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임금 업종인 IT 분야에는 그동안 도제식 수습제도가 거의 없었다.

도제교육 실험은 2년 전 일부 기업이 시도해 상당한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링크트인과 에어비앤비 등이 코딩을 모르는 인재를 1년간 도제교육으로 키워 엔지니어로 채용한 결과 기량이 기존 기술자에 뒤지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존도 2년제 대학과 ‘도제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130명의 훈련생을 기르고 있다.

도제 파트너십은 산학협력 프로그램으로 확산되고 있다. IBM은 뉴욕시립대와 함께 디지털 인재 양성 모델인 ‘피테크(P-TECH)’를 개발했다. IT 전문 통합 교육과정인 피테크는 도제학교를 마친 학생이 전문대 수준의 훈련 과정까지 이수하면서 고급 기술자로 성장하게 돕는 제도다. 학생은 기업과 학교를 오가면서 실무 교육을 받고 학위도 받는다.

도제교육은 유럽에서 각광받는 제도다. 스위스 기업들은 직원의 5%를 도제생으로 뽑고 있다. 스위스 최대 통신회사인 스위스컴의 직원 2만1000명 중 900명이 직업교육생이다. 이들은 최대 4년간 교육을 받고 일부는 스위스컴에 정식으로 채용된다. 직원 100명 이상 기업 중 70%가 이런 도제교육을 활용하고 있다.

마이스터(숙련기술자)를 우대하는 독일도 산학일체형 직업교육으로 기술 인재들을 키우고 있다. 도제교육으로 잔뼈가 굵은 고졸 마이스터는 4년제 공대를 나온 엔지니어와 비슷한 임금을 받는다. 독일과 스위스의 대학진학률이 각각 35%, 29%에 불과하지만 청년 취업률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의 도제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유럽이나 미국이 민간자율형인 데 비해 우리는 아직 정부주도형이다. 원래 도제제도는 중세 상인·장인들이 자율적으로 구축한 교육 시스템이었다. 그런 점에서 한국형 도제학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래를 향한 ‘축적의 시간’도 그만큼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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