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자금 불법대출 혐의와 관련한 제재수위를 놓고 마라톤회의를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추후 재심의하기로 했다. 한투증권은 금감원으로부터 일부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통보받았지만 심의에 참석해 가혹한 조치라며 반론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1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한투증권에 대해 발행어음 운용 규제 위반 등을 이유로 일부 영업정지와 과태료 부과, 임직원 직무정지 등 중징계 여부를 심의했다. 오후 2시30분에 시작한 제재심은 오후 11시 이후에도 결론을 내지 못해 추후 재심의하기로 했다.

한투증권이 제재 대상에 오른 것은 지난해 5월 진행된 금감원의 종합검사에서 위법행위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무려 8개 위법사항이 이번 제재심에 상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가장 큰 쟁점은 발행어음 불법운용 혐의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십육차에 발행어음 자금으로 대출했으며 SPC는 이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1673억원 규모)를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SPC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실트론 주가 변동에서 발생한 이익이나 손실 등 모든 현금흐름을 이전하는 파생거래인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었는데, 감독원은 바로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한투증권의 SPC 대출이 사실상 최 회장 개인에게 대출해준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자본시장법상 단기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50% 이상을 기업금융과 관련한 자산으로 운용해야 하며 개인 신용 공여나 기업금융과 관련 없는 파생상품에 이용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한투증권은 SPC 대출은 적법한 절차에 걸쳐 이뤄진 기업 대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TRS를 맺은 SPC 대출은 업계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상당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투증권은 사모펀드 운용과 관련해서도 위법행위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투증권이 펀드출자자(LP)면서 사모펀드 운용을 뒤에서 조정하는 일명 ‘OEM(주문자생산방식)펀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IB본부 기업공개(IPO)담당 임원이 제재 대상이 됐다.

하수정/이고운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