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벽예산과 '다카' 맞바꾸는 대안도 수용 안할 듯"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20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장벽 없이는 협상도 없다(No wall, no deal)"고 단호히 말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핵심 공약인 미국과 멕시코 사이 '국경 장벽건설' 필요성을 역설하고자 국경 지역을 방문한 뒤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펜스 부통령 "장벽 없인 협상 없다"…초당파적 대안도 거부
펜스 부통령은 "우리는 강하고 견고하게 계속 서있을 것"이라며 "이제 민주당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새로운 협상을 제안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교착상태의 잠재적 출구를 가로막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7억 달러(6조4천억원) 규모의 장벽건설 예산편성을 고집하는 반면 민주당은 재고할 가치가 없는 생각이라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민주당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 등 여야 의회 지도부와 회동했지만, 장벽예산에 대한 의견 차이만 확인하고 30여 분만에 협상장을 박차고 나왔다.
펜스 부통령 "장벽 없인 협상 없다"…초당파적 대안도 거부
회견에서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 예산 확보와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제도(DACA·다카)' 존속을 맞교환하는 대안도 내키지 않아 했다고 전했다.

이 대안은 상원에서 초당파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는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불법 이주한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청년들이 걱정 없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행정명령으로, 최대 80만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다카 수혜자를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드리머(dreamer)'로 부르고 있으며, 한인 다카 수혜자는 7천∼8천명 규모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9월 다카 폐지를 결정하고 6개월 유예기간을 주면서 의회에 대체 입법을 요청했으나 협상은 공전되고 있고, 이후 다카 폐지 정책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에 대한 대법원의 조치를 기다리는 게 낫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대법원이 다카가 위헌적이라는 결론을 낼 것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 같은 초당적 대안에 대해 "사실상 결렬됐다"며 "지금처럼 협상의 진전이 없어 좌절했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멕시코 접경인 텍사스주 리오그란데를 차례로 방문한 자리에서 "나는 훨씬 더 넓은 이민정책을 갖고 싶다"며 "우리는 드리머들을 도울 수 있다"고 말해, 대안 수용을 고려하는 듯한 언급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