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같았다. 리모컨 버튼을 누르자 스피커 안에 돌돌 말려 있던 LG전자 TV가 스르륵 솟아올랐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부스에선 미국인과 중국인이 각자의 언어로 화상통화를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인공지능(AI)에 안면 및 음성 인식 기술이 더해지자 실시간으로 중국어가 영어로 번역됐다.

글로벌 테크기업들의 미래 기술 경연장인 ‘CES 2019’가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11일(현지시간) 폐막했다. 올해 CES를 관통한 키워드는 ‘마술(MAGIC)’이었다.

현대자동차가 ‘걸어다니는 차’를 내놓는 등 자동차업체들은 자율주행을 넘어 새로운 ‘이동수단’(M·Mobility)을 선보였다. 인공지능(A·AI)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다. LG전자, 샤프, 하이얼 등 거의 모든 기업이 아마존과 구글의 AI 플랫폼을 적용한 제품을 내놨다. 5세대(G·Generation) 이동통신은 현실이 됐다. 올 상반기 한국과 미국에서의 상용 서비스를 앞두고 관련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졌다.

로봇(I·Intelligent Robot)은 똑똑해졌다. 일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그루브엑스는 머리에 달린 카메라로 ‘주인님’의 표정을 읽은 뒤 안기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는 반려로봇을 들고나왔다. 협력(C·Cooperation)도 올해 CES를 뜨겁게 달군 화두 중 하나였다. 7년간 특허분쟁을 벌이는 등 ‘앙숙’이던 삼성전자와 애플은 CES 개막을 이틀 앞두고 ‘TV 동맹’을 선언했다.

라스베이거스=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