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파업의 역설…은행권 '유휴 인력' 논란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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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활성화로 고객 점포 찾는 일 줄어 텔러 인력 남는다"
"기업금융·PB 등 비대면으로 할 수 없는 일도 있어"
지난 8일 KB국민은행 노동자들의 하루짜리 전면 파업을 계기로 은행권의 유휴 인력 논란이 일고 있다.
파업이 '기계를 멈춰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건만 그날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국민은행 점포가 별 탈 없이 굴러가서다.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점포의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은행 인력이 필요 이상으로 많지 않냐는 물음도 이어졌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점포를 통폐합하는 추세다.
상권이 바뀌고 신도시가 생기면서 구도심의 점포를 이전하면서도 점포의 숫자 자체도 줄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통계 기준으로 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주요 5대 은행의 점포는 2015년 9월말 5천126개에서 지난해 9월말 4천708개로 418개(8.2%) 감소했다.
이들 은행 중 최근 3년 사이 점포 수가 늘어난 곳은 한 곳도 없다.
은행별로 적게는 수십개, 많게는 백여개 줄었다.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점포를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것이 주요 요인이다.
지난해 9월 현재 입·출금 거래에서 대면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8.4%에 불과하다.
대부분 인터넷뱅킹(52.6%)을 이용하거나 현금자동지급기(CD)·자동화기기(ATM)(30.6%)에서 입·출금 업무를 봤다.
굳이 점포를 방문해 은행 직원을 만날 일이 없었다.
지난해 점포가 전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이런 추세를 가속했다.
국민은행 전체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9천명(노조 추산)이 파업에 참여했음에도 당일 점포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은 것도 이같이 달라진 금융환경을 배경으로 한다. 점포 수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도 문제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씨티은행이 그 극단적인 사례다.
씨티은행은 2017년 지점을 기존 134개에서 44개로 통폐합했다.
단, 기존 점포 인력을 내보내지 않고 자산관리(WM)센터, 여신영업센터, 고객가치센터, 고객집중센터 등으로 재배치했다.
금융당국의 '입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외국계 은행인 데다가 기존 지점 수 자체가 적어 씨티은행의 대규모 지점 통폐합을 국내 주요은행이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은행이 갈 수밖에 없는 근미래를 보여줬다는 점에 이론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특히 업무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창구 업무를 맡은 텔러의 입지는 계속해서 좁아지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텔러 업무는 많이 필요 없으나 정부에서 특성화고교 출신을 뽑으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채용한 측면도 있다"라며 "은행원들도 이런 위기의식에서 IT(정보기술), 디지털, IB(투자은행) 등 특성화된 업무를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텔러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추세"라며 "다만 인력이 줄겠지만 텔러가 주는 대신 보다 전문적인 인력의 비중이 커지는 방향으로 인력 구성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은행 파업의 여파에 대한 진단이 틀렸고, 여전히 점포는 필요하며 인력이 남아돈다는 것도 현실에 맞지 않는 시각이라는 견해도 있다.
파업이 하루에 그쳤을 뿐 아니라 예고된 일이어서 사용자 측에서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해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보험연구실장은 "예를 들어 버스나 택시가 파업하면 하루는 지하철을 타면서 불편을 참고 시스템상 문제가 없이 지나갈 수 있다"라며 "그렇다고 해서 버스나 택시기사가 유휴인력이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점포에서 입·출금 업무만 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금융이나 프라이빗뱅킹(PB)과 같이 자동화할 수 없고 사람의 손길을 탈 수밖에 없는 업무도 있다.
비대면으로 전환할 수 없는 일이 있어 점포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노년층을 비롯한 디지털 금융에 취약한 이들은 근처에 지점이 없으면 주거지에서 먼 지점으로 가야 하거나 아예 금융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영업점을 폐쇄하려면 사전에 영향평가를 하고 해당 영업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 지점 폐쇄절차 모범규준'을 만들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점포가 줄어드는 것은 과거에 과도하게 많이 만들어졌을 당시와 비교해 줄어드는 것일 뿐"이라며 "적자 점포가 아닌 이상 고객의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점포는 계속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기업금융·PB 등 비대면으로 할 수 없는 일도 있어"
지난 8일 KB국민은행 노동자들의 하루짜리 전면 파업을 계기로 은행권의 유휴 인력 논란이 일고 있다.
파업이 '기계를 멈춰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건만 그날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국민은행 점포가 별 탈 없이 굴러가서다.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점포의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은행 인력이 필요 이상으로 많지 않냐는 물음도 이어졌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점포를 통폐합하는 추세다.
상권이 바뀌고 신도시가 생기면서 구도심의 점포를 이전하면서도 점포의 숫자 자체도 줄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통계 기준으로 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주요 5대 은행의 점포는 2015년 9월말 5천126개에서 지난해 9월말 4천708개로 418개(8.2%) 감소했다.
이들 은행 중 최근 3년 사이 점포 수가 늘어난 곳은 한 곳도 없다.
은행별로 적게는 수십개, 많게는 백여개 줄었다.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점포를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것이 주요 요인이다.
지난해 9월 현재 입·출금 거래에서 대면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8.4%에 불과하다.
대부분 인터넷뱅킹(52.6%)을 이용하거나 현금자동지급기(CD)·자동화기기(ATM)(30.6%)에서 입·출금 업무를 봤다.
굳이 점포를 방문해 은행 직원을 만날 일이 없었다.
지난해 점포가 전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이런 추세를 가속했다.
국민은행 전체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9천명(노조 추산)이 파업에 참여했음에도 당일 점포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은 것도 이같이 달라진 금융환경을 배경으로 한다. 점포 수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도 문제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씨티은행이 그 극단적인 사례다.
씨티은행은 2017년 지점을 기존 134개에서 44개로 통폐합했다.
단, 기존 점포 인력을 내보내지 않고 자산관리(WM)센터, 여신영업센터, 고객가치센터, 고객집중센터 등으로 재배치했다.
금융당국의 '입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외국계 은행인 데다가 기존 지점 수 자체가 적어 씨티은행의 대규모 지점 통폐합을 국내 주요은행이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은행이 갈 수밖에 없는 근미래를 보여줬다는 점에 이론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특히 업무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창구 업무를 맡은 텔러의 입지는 계속해서 좁아지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텔러 업무는 많이 필요 없으나 정부에서 특성화고교 출신을 뽑으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채용한 측면도 있다"라며 "은행원들도 이런 위기의식에서 IT(정보기술), 디지털, IB(투자은행) 등 특성화된 업무를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텔러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추세"라며 "다만 인력이 줄겠지만 텔러가 주는 대신 보다 전문적인 인력의 비중이 커지는 방향으로 인력 구성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은행 파업의 여파에 대한 진단이 틀렸고, 여전히 점포는 필요하며 인력이 남아돈다는 것도 현실에 맞지 않는 시각이라는 견해도 있다.
파업이 하루에 그쳤을 뿐 아니라 예고된 일이어서 사용자 측에서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해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보험연구실장은 "예를 들어 버스나 택시가 파업하면 하루는 지하철을 타면서 불편을 참고 시스템상 문제가 없이 지나갈 수 있다"라며 "그렇다고 해서 버스나 택시기사가 유휴인력이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점포에서 입·출금 업무만 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금융이나 프라이빗뱅킹(PB)과 같이 자동화할 수 없고 사람의 손길을 탈 수밖에 없는 업무도 있다.
비대면으로 전환할 수 없는 일이 있어 점포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노년층을 비롯한 디지털 금융에 취약한 이들은 근처에 지점이 없으면 주거지에서 먼 지점으로 가야 하거나 아예 금융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영업점을 폐쇄하려면 사전에 영향평가를 하고 해당 영업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 지점 폐쇄절차 모범규준'을 만들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점포가 줄어드는 것은 과거에 과도하게 많이 만들어졌을 당시와 비교해 줄어드는 것일 뿐"이라며 "적자 점포가 아닌 이상 고객의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점포는 계속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