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고 갑부인 CK그룹의 설립자 리카싱(李嘉誠·91)이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홍콩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경고하고 나섰다. 리카싱은 지난 11일 CK그룹의 연례 만찬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리카싱은 “올해 세계 경제는 아마 매우 복잡할 것이다. 모두 조심해야 한다”면서 “올해 세계는 낮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세에 직면할 것이다. CK그룹이 52개국에서 사업하고 있는 만큼 세계 경제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경제 전망에 대해선 “나는 1940년부터 홍콩에 있었다. 그 모든 세월 동안 홍콩은 살아남았다”면서도 홍콩의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신이 쓰기 위해 집을 사는 것은 괜찮다”면서도 “투기 목적으로는 절대 사지 말라. 다소 불안하다(volatile)”고 조언했다.

홍콩 당국 통계에 따르면 홍콩에서 기존 주택 가격은 지난해 8월 28개월간의 상승세를 끝내고 이후 13주 연속 하락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최장기 하락세다. 최근 4개월 동안엔 7.2% 급락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홍콩 주택 가격이 25%가량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연구소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홍콩 집값은 올해 15% 하락하고 앞으로 5년 동안 30%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리카싱은 지난해 CK자산홀딩스와 CK허치슨그룹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장남인 빅터 리(李澤鉅·54)가 회장직을 승계했다. 빅터 리는 “보호주의의 부상과 무역전쟁의 지속,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불확실성, 다양한 국가들의 선거 결과 등 모든 문제가 세계 환경과 우리 그룹의 사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