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400만 대 문턱을 간신히 넘었다. 2016년 이후 3년 연속 전년 대비 생산량이 감소했다.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 국가 중 생산량이 3년 연속 줄어든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올해 연간 생산량 400만 대 선이 무너지면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작년 국내 車 생산량 400만대 '턱걸이'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자동차 생산량은 402만8724대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411만4913대)보다 2.1% 줄어들었다. 연간 생산량 400만 대는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통한다. 생산량이 400만 대 밑으로 떨어지면 완성차 공장 가동률이 하락해 일감이 줄어든 부품업체들이 줄도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400만 대를 가까스로 넘긴 것도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12월 생산량을 예년에 비해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작년 12월 16만2808대를 생산했다. 전년 동월(9만9023대)보다 생산량을 6만 대 이상 늘렸다.

업체별로 보면 지난해 현대차를 제외한 나머지 완성차업체 4개사(기아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는 전년보다 생산량이 줄었다. 현대차의 지난해 국내 생산량은 174만7832대로 2017년(165만1710대)에 비해 5.8% 늘어났다. 반면 르노삼성과 한국GM은 각각 18.3%, 14.4% 감소했다. 기아차와 쌍용차도 3.5%, 2.2% 줄었다.

전문가들은 작년보다 올해가 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0.1%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시장은 작년보다 1.4% 줄어든 1700만 대, 유럽은 0.2% 감소한 1780만 대로 예상했다. 지난해 중국 승용차 판매량은 2272만 대로 전년보다 6.0% 줄어들었다. 중국 연간 승용차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20여 년 만이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정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침체에 수출 물량까지 줄어들기 시작하면 완성차업체는 국내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올해 연간 생산량 400만 대 선이 붕괴되면 문을 닫는 자동차 부품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