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기업 투자는 줄고 가계·국가 빚은 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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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국가부채 5년새 50% 폭증은 국가 재앙
투자 늘려 임금소득 확보돼야 복지부담 줄어
기업 규제 줄이고 회사채시장 효율성 높여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
투자 늘려 임금소득 확보돼야 복지부담 줄어
기업 규제 줄이고 회사채시장 효율성 높여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
‘중화학공업 중심의 수출 강국’은 1962년부터 네 차례 이어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목표였다. 철강·조선·자동차·기계·석유화학 공장이 전국 곳곳에 들어섰다. 은행 예금 대부분이 기업에 대출됐고, 대규모 전대차관으로 조달된 외화도 공급됐다. 개인 자금이 극히 부족한 상황이어서 돈줄에 얽힌 정경유착과 비자금 폐해도 컸지만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릴 만큼 눈부셨다.
김영삼 정부 초기에는 반도체 특수로 무역수지 흑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달러값은 큰 폭으로 떨어졌고 대구 섬유와 부산 신발 등 일부 수출 기업이 원화로 환전한 수입금액이 줄면서 도산했다. 1996년부터 반도체 가격은 급락했고, 무역적자와 외국 금융회사의 자금 회수가 겹치면서 외환보유액은 바닥났고, 1997년 말에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수혜국으로 전락했다. 경제위기 와중에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과도한 기업부채를 위기 주범으로 지목했고 부채비율 200%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당시 30대 그룹 평균이 518%였음을 감안하면 초강력 규제였다. 은행이 대출금 회수에 나서자 이미 도산한 한보와 기아에 이어 쌍용 대우 동아건설 등 대기업이 줄줄이 쓰러졌다. 1995년 말의 30대 그룹 중 15개가 쓰러지는 반타작이었다.
민간은행이 회수한 자금은 가계대출로 풀려 나갔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공기업은 카드사가 발행한 카드채 인수로 대처했다. 자금이 풍부해진 카드사는 카드 발급 경쟁에 나섰고 현금서비스 한도를 대폭 늘렸다. 카드 빚이 강력범죄의 핑곗거리로 대두되자 정부는 대금추심 규제를 강화했고, 연체대금이 급증하자 은행이 카드채 차환을 거절하기 시작했다. LG카드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2003년 채권단 손으로 넘어갔다. 은행계 카드사는 계열 은행과 합병했고, 삼성카드는 계열 금융회사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 기업대출 규제로 발생한 잉여자금이 카드채를 매개로 가계빚으로 전환된 것이 카드사태의 본질이다. 기업 투자 위축과 가계대출 급증이 맞물린 작금의 상황과 흡사하다.
국민경제 3대 주체 중 가계는 소득 일부를 노후를 위해 저축하고, 정부는 균형재정을 맞추고 남는 돈을 기업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공공 부문이 비대해지면 균형재정은 어렵고 국채 등 확정채무뿐만 아니라 공무원·군인연금처럼 장래에 지급될 것이 확실한 충당부채도 늘어난다.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는 2013년 말 짝을 맞춰 1000조원을 넘어섰다. 필자는 2014년 1월15일자 다산칼럼에서 ‘공포의 쌍천조(雙千兆)’가 급속히 증폭될 위험을 경고했다. 2018년 9월 말에는 가계부채와 국가부채가 다시 짝을 맞춰 1500조원을 돌파했다. 5년도 안 돼 50%가 넘는 폭증은 국가적 재앙이다.
‘소득주도성장’만큼 엉뚱한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세율 인상은 없었지만 과세체계를 흔들어 세금을 더 걷는 암수(暗數)였다. 법인세 최저한세 강화와 소득세 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바꾸는 등의 영향으로 매년 10조원 이상 초과세수가 지속됐는데 2018년에는 25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을 25%와 42%로 인상한 문재인 정부의 2017년 세제개편은 2018년부터 시행됐지만 인상된 세금의 징수는 2019년 상반기에 대부분 이뤄지기 때문에 금년 초과세수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세금 인상을 고려해 기업이 사업장 해외 이전과 투자 축소에 나서면서 고용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초과세수로 복지를 늘리면 집권세력 지지율이 당장은 상승하겠지만 세금이 몰아낸 일자리 때문에 청년 구직자 일생은 망가진다. 첫 직장 잡기가 늦어지면 생애 소득구조가 뒤틀리고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저출산으로 국가 존립마저 위태로워진다. 투자 및 고용 관련 세금과 규제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기업 투자에 더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 양질의 일자리와 안정적 임금소득이 확보되면 국가의 복지 부담도 줄어든다. 기업부채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줄이고 회사채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가계와 국가의 빚은 줄이고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장기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김영삼 정부 초기에는 반도체 특수로 무역수지 흑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달러값은 큰 폭으로 떨어졌고 대구 섬유와 부산 신발 등 일부 수출 기업이 원화로 환전한 수입금액이 줄면서 도산했다. 1996년부터 반도체 가격은 급락했고, 무역적자와 외국 금융회사의 자금 회수가 겹치면서 외환보유액은 바닥났고, 1997년 말에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수혜국으로 전락했다. 경제위기 와중에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과도한 기업부채를 위기 주범으로 지목했고 부채비율 200%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당시 30대 그룹 평균이 518%였음을 감안하면 초강력 규제였다. 은행이 대출금 회수에 나서자 이미 도산한 한보와 기아에 이어 쌍용 대우 동아건설 등 대기업이 줄줄이 쓰러졌다. 1995년 말의 30대 그룹 중 15개가 쓰러지는 반타작이었다.
민간은행이 회수한 자금은 가계대출로 풀려 나갔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공기업은 카드사가 발행한 카드채 인수로 대처했다. 자금이 풍부해진 카드사는 카드 발급 경쟁에 나섰고 현금서비스 한도를 대폭 늘렸다. 카드 빚이 강력범죄의 핑곗거리로 대두되자 정부는 대금추심 규제를 강화했고, 연체대금이 급증하자 은행이 카드채 차환을 거절하기 시작했다. LG카드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2003년 채권단 손으로 넘어갔다. 은행계 카드사는 계열 은행과 합병했고, 삼성카드는 계열 금융회사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 기업대출 규제로 발생한 잉여자금이 카드채를 매개로 가계빚으로 전환된 것이 카드사태의 본질이다. 기업 투자 위축과 가계대출 급증이 맞물린 작금의 상황과 흡사하다.
국민경제 3대 주체 중 가계는 소득 일부를 노후를 위해 저축하고, 정부는 균형재정을 맞추고 남는 돈을 기업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공공 부문이 비대해지면 균형재정은 어렵고 국채 등 확정채무뿐만 아니라 공무원·군인연금처럼 장래에 지급될 것이 확실한 충당부채도 늘어난다.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는 2013년 말 짝을 맞춰 1000조원을 넘어섰다. 필자는 2014년 1월15일자 다산칼럼에서 ‘공포의 쌍천조(雙千兆)’가 급속히 증폭될 위험을 경고했다. 2018년 9월 말에는 가계부채와 국가부채가 다시 짝을 맞춰 1500조원을 돌파했다. 5년도 안 돼 50%가 넘는 폭증은 국가적 재앙이다.
‘소득주도성장’만큼 엉뚱한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세율 인상은 없었지만 과세체계를 흔들어 세금을 더 걷는 암수(暗數)였다. 법인세 최저한세 강화와 소득세 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바꾸는 등의 영향으로 매년 10조원 이상 초과세수가 지속됐는데 2018년에는 25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을 25%와 42%로 인상한 문재인 정부의 2017년 세제개편은 2018년부터 시행됐지만 인상된 세금의 징수는 2019년 상반기에 대부분 이뤄지기 때문에 금년 초과세수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세금 인상을 고려해 기업이 사업장 해외 이전과 투자 축소에 나서면서 고용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초과세수로 복지를 늘리면 집권세력 지지율이 당장은 상승하겠지만 세금이 몰아낸 일자리 때문에 청년 구직자 일생은 망가진다. 첫 직장 잡기가 늦어지면 생애 소득구조가 뒤틀리고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저출산으로 국가 존립마저 위태로워진다. 투자 및 고용 관련 세금과 규제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기업 투자에 더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 양질의 일자리와 안정적 임금소득이 확보되면 국가의 복지 부담도 줄어든다. 기업부채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줄이고 회사채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가계와 국가의 빚은 줄이고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장기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