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의를 밝힌 김용 세계은행(WB) 총재 후임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사진)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지난 11일 보도했다.

이방카 보좌관이나 헤일리 전 대사가 세계은행 총재가 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맞춰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를 줄이는 등 김 총재와는 다른 정책을 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방카 보좌관은 2017년 세계은행과 함께 개발도상국 여성의 경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여성 기업가 기금(We-Fi) 조성에 관여하는 등 관련 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과 유럽에선 이방카 보좌관이 세계은행 총재로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테드 리우 미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트럼프의 딸이자 패션사업을 그만둔 이방카는 미국인 중 가장 좋은 자격을 갖췄다”고 비꼬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방카가 세계은행을 이끈다는 것은 웃기는 얘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방카 보좌관 외에 데이비드 맬패스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 마크 그린 미 국제개발처(USAID) 처장도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꼽히고 있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다음달 7일부터 3월14일까지 신임 총재 후보 등록을 받은 뒤 4월 중순 후임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세계은행 이사회의 총재 임명 절차는 요식 행위 성격이 강하다. 세계은행 총재 임명엔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아시아계 최초로 세계은행 수장에 오른 김 총재는 임기를 3년 반가량 남겨두고 지난 7일 돌연 사의를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이 김 총재의 사임 이유라는 얘기가 나온다. 김 총재는 내달 1일 퇴임 후 미국 사모펀드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IP)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