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김정은, 핵 폐기하겠다면 美와 비핵화 밑그림부터 합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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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인터뷰
2차 美·北 회담 가시화…크리스토퍼 힐 前 북핵 6자회담 미국 대표의 苦言
미·북 대화 교착은 북한 책임…2차 정상회담 준비 부족해
北 비핵화 할 것으로 안 느껴져
北에 줄 단계별 인센티브 준비하되
비핵화 거부시 상응조치 중단해야
남북 경제협력 속도 빨라…한·미 불균형 초래
2차 美·北 회담 가시화…크리스토퍼 힐 前 북핵 6자회담 미국 대표의 苦言
미·북 대화 교착은 북한 책임…2차 정상회담 준비 부족해
北 비핵화 할 것으로 안 느껴져
北에 줄 단계별 인센티브 준비하되
비핵화 거부시 상응조치 중단해야
남북 경제협력 속도 빨라…한·미 불균형 초래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가시화되는 모습이지만 북한 비핵화 협상은 좀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5~2008년 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덴버대 교수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를 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진짜 비핵화를 하겠다면 미국과 비핵화 레이아웃(밑그림)부터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변 핵시설 폐기 후 국제사찰단의 방북 허용, 전체 북핵 프로그램 목록 확보, 국제감독 아래 북한 핵무기 제조물질을 해외로 반출하는 계획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과 더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미국이 제재를 고집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네 번째 정상회담을 했다. 외교가에서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다음달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회담 장소로는 베트남 등이 거론된다. 힐 전 대표를 지난 4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전화로 인터뷰했다.
▶김정은의 신년사를 어떻게 봤습니까.
“(작년 신년사 이후) 1년간 비핵화에 진전이 없었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봅니다. 김정은의 신년사는 비핵화를 안 하겠다는 증거입니다.”
▶북한 신년사엔 ‘더 많은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북한의 말을 들을 땐 주의해야 합니다. 김정은이 ‘비핵화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것은 ‘주한미군 감축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포함하는, 광의의 군축(협상) 차원에서 얘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라고 봐야 합니다. 북한은 ‘비핵화 전 제재 완화는 없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으면서도 제재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비건(미 대북정책특별대표)과 만나 요구조건을 제시하는 대신 비건과의 만남 자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비핵화를 하는 대신) ‘우리도 인도나 파키스탄 같은 나라들처럼 책임있는 핵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 거라고 봅니다.”
▶4차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이 ‘우리에겐 중국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번에 (미국과) 게임을 한 건 북한이라기보다 중국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은 북한 문제를 미국이 독점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겁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 결과 (북핵 문제에서) 중국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중국이 대북제재를 완화하지 않을까요.
“중국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중요한 건 제재 이행과 집행이고 중국엔 대북제재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도 많지만 중국 정부 차원에선 적어도 대북제재를 지지할 겁니다.”
▶미·북 대화는 교착상태입니다.
“그건 북한 책임이 큽니다.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후속협상 대표로 마이크 폼페이오(국무장관)를 임명했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아무도 지명하지 않았습니다. 애석하게도 현시점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까요.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준비가 잘 돼야 합니다. 그런데 2차 정상회담 준비가 잘 되고 있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스케줄이나 계획이 없는 지금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왜 김정은과 또 다른 정상회담을 원하는지도 불명확합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준비를 해야 합니까.
“실무 미팅을 통해 정상회담의 윤곽을 미리 그려야 합니다. 회담이 열리기 전에 정상회담의 결과를 알 수 있을 만큼 (실무단계에서)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싱가포르에선 그런 준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싱가포르 회담은) 북한엔 도움이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겐 도움이 안 됐습니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국의 상응조치를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단계별로 주고받는) ‘행동 대 행동’이라고 부를 만한 협상 원칙이 필요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엔 그게 없습니다. ‘북한이 모든 걸 다 할 때까지 미국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비현실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제재를 완화해야 움직이겠다는 식으로) 똑같이 말하고 있고요.”
▶‘행동 대 행동’ 계획이 왜 중요합니까.
“어느 한쪽이 모든 걸 다 해야 우리도 뭔가를 하겠다는 식의 협상이 제대로 진전된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지를 담은 리스트를 확보하는 동시에 (단계에 따라) 북한에 줄 수 있는 조치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거부하면 미국도 그에 대한 상응조치를 거부해야 합니다. 미국이 줄 수 있는 리스트엔 많은 것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주한미군 관련 이슈는 포함하지 않아야 합니다. 종전선언도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말하는 또 다른 방식이란 걸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평양과 워싱턴DC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건 어떻습니까.
“(6자회담이 열리던) 2007년 1월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 측과 만났을 때 그 아이디어를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북한의 반응은 ‘사양한다. 우린 관심 없다’였습니다. 북한의 생각이 달라졌다면 그건 (연락사무소 설치는) 여전히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수 있다’는 북한의 제안은 어떻게 봅니까.
“북한이 비핵화 단계를 마음대로 골라선 안 됩니다. 협상이 제대로 되려면 먼저 북한이 전체 핵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걸 보고 미국이 북한이 뭘 해야 할지 요구하고, 북한도 그에 대한 대가를 제시하는 식으로 협상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북한이 일방적으로 ‘우린 이걸 닫겠다, 저걸 닫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협상하려는 차원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뭔가를 자발적으로 폐쇄하겠다고 할 땐 진정성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그럼 비핵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비핵화 레이아웃을 그리고 이에 대해 서로 합의하는 일입니다. 예컨대 첫 단계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다면, 두 번째 단계로 국제사찰단의 방북을 허용하고, 세 번째로 전체 핵 프로그램 목록을 받고, 다음 단계로 국제적 감독 아래 북한의 핵무기 제조물질을 확보해 해외로 반출하는 계획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논의를 북한과 해본 적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힐 전 대표는 지난 1일 트위터에 “북한은 비핵화에 관심이 없다”며 “(미국은) 마케팅 계획이 아니라 진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썼다.)
▶북핵 문제에 한·미 간 인식 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국은 더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북한을 도와주면 북한이 결국 핵을 포기할 것’이란 생각입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경제적으로 돕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남북 경제협력이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보다 훨씬 빠르고, 이런 불균형이 한·미 간에 놓여 있습니다.”
▶김정은이 서울을 답방하면 비핵화에 도움이 될까요.
“김정은의 서울 방문은 반대하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평양을 방문했고, (북한이) 외교적으로 고립됐을 때와 지금은 분명 시대가 다릅니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에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만 진전되면 한·미 관계에 긴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 정부에는 어떤 조언을 하겠습니까.
“한·미 양국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평범하지 않은 미국 대통령이 있는 지금 이 시기가 한·미 관계를 해치는 쪽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은 한국에, 한국은 미국에 중요한 나라입니다.” ■크리스토퍼 힐
크리스토퍼 힐(66)은 2005~2008년 북핵 6자회담(남북한·미국·일본·중국·러시아 회담)의 미국 수석대표를 맡을 당시 ‘김정힐(김정일+힐)’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유화정책에 앞장섰다. 하지만 북핵 사찰과 검증을 둘러싼 이견으로 6자회담이 무산된 뒤엔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 경제담당 서기관과 주한 미국대사(2004~2005년)를 거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지한파(知韓派)다.
■약력
△1952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출생
△보든대 경제학과 졸업, 해군대 석사
△주한 미국대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
△미 덴버대 국제관계대학원 학장
△현 덴버대 교수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김정은의 신년사를 어떻게 봤습니까.
“(작년 신년사 이후) 1년간 비핵화에 진전이 없었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봅니다. 김정은의 신년사는 비핵화를 안 하겠다는 증거입니다.”
▶북한 신년사엔 ‘더 많은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북한의 말을 들을 땐 주의해야 합니다. 김정은이 ‘비핵화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것은 ‘주한미군 감축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포함하는, 광의의 군축(협상) 차원에서 얘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라고 봐야 합니다. 북한은 ‘비핵화 전 제재 완화는 없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으면서도 제재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비건(미 대북정책특별대표)과 만나 요구조건을 제시하는 대신 비건과의 만남 자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비핵화를 하는 대신) ‘우리도 인도나 파키스탄 같은 나라들처럼 책임있는 핵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 거라고 봅니다.”
▶4차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이 ‘우리에겐 중국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번에 (미국과) 게임을 한 건 북한이라기보다 중국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은 북한 문제를 미국이 독점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겁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 결과 (북핵 문제에서) 중국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중국이 대북제재를 완화하지 않을까요.
“중국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중요한 건 제재 이행과 집행이고 중국엔 대북제재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도 많지만 중국 정부 차원에선 적어도 대북제재를 지지할 겁니다.”
▶미·북 대화는 교착상태입니다.
“그건 북한 책임이 큽니다.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후속협상 대표로 마이크 폼페이오(국무장관)를 임명했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아무도 지명하지 않았습니다. 애석하게도 현시점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까요.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준비가 잘 돼야 합니다. 그런데 2차 정상회담 준비가 잘 되고 있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스케줄이나 계획이 없는 지금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왜 김정은과 또 다른 정상회담을 원하는지도 불명확합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준비를 해야 합니까.
“실무 미팅을 통해 정상회담의 윤곽을 미리 그려야 합니다. 회담이 열리기 전에 정상회담의 결과를 알 수 있을 만큼 (실무단계에서)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싱가포르에선 그런 준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싱가포르 회담은) 북한엔 도움이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겐 도움이 안 됐습니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국의 상응조치를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단계별로 주고받는) ‘행동 대 행동’이라고 부를 만한 협상 원칙이 필요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엔 그게 없습니다. ‘북한이 모든 걸 다 할 때까지 미국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비현실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제재를 완화해야 움직이겠다는 식으로) 똑같이 말하고 있고요.”
▶‘행동 대 행동’ 계획이 왜 중요합니까.
“어느 한쪽이 모든 걸 다 해야 우리도 뭔가를 하겠다는 식의 협상이 제대로 진전된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지를 담은 리스트를 확보하는 동시에 (단계에 따라) 북한에 줄 수 있는 조치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거부하면 미국도 그에 대한 상응조치를 거부해야 합니다. 미국이 줄 수 있는 리스트엔 많은 것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주한미군 관련 이슈는 포함하지 않아야 합니다. 종전선언도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말하는 또 다른 방식이란 걸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평양과 워싱턴DC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건 어떻습니까.
“(6자회담이 열리던) 2007년 1월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 측과 만났을 때 그 아이디어를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북한의 반응은 ‘사양한다. 우린 관심 없다’였습니다. 북한의 생각이 달라졌다면 그건 (연락사무소 설치는) 여전히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수 있다’는 북한의 제안은 어떻게 봅니까.
“북한이 비핵화 단계를 마음대로 골라선 안 됩니다. 협상이 제대로 되려면 먼저 북한이 전체 핵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걸 보고 미국이 북한이 뭘 해야 할지 요구하고, 북한도 그에 대한 대가를 제시하는 식으로 협상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북한이 일방적으로 ‘우린 이걸 닫겠다, 저걸 닫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협상하려는 차원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뭔가를 자발적으로 폐쇄하겠다고 할 땐 진정성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그럼 비핵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비핵화 레이아웃을 그리고 이에 대해 서로 합의하는 일입니다. 예컨대 첫 단계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다면, 두 번째 단계로 국제사찰단의 방북을 허용하고, 세 번째로 전체 핵 프로그램 목록을 받고, 다음 단계로 국제적 감독 아래 북한의 핵무기 제조물질을 확보해 해외로 반출하는 계획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논의를 북한과 해본 적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힐 전 대표는 지난 1일 트위터에 “북한은 비핵화에 관심이 없다”며 “(미국은) 마케팅 계획이 아니라 진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썼다.)
▶북핵 문제에 한·미 간 인식 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국은 더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북한을 도와주면 북한이 결국 핵을 포기할 것’이란 생각입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경제적으로 돕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남북 경제협력이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보다 훨씬 빠르고, 이런 불균형이 한·미 간에 놓여 있습니다.”
▶김정은이 서울을 답방하면 비핵화에 도움이 될까요.
“김정은의 서울 방문은 반대하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평양을 방문했고, (북한이) 외교적으로 고립됐을 때와 지금은 분명 시대가 다릅니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에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만 진전되면 한·미 관계에 긴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 정부에는 어떤 조언을 하겠습니까.
“한·미 양국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평범하지 않은 미국 대통령이 있는 지금 이 시기가 한·미 관계를 해치는 쪽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은 한국에, 한국은 미국에 중요한 나라입니다.” ■크리스토퍼 힐
크리스토퍼 힐(66)은 2005~2008년 북핵 6자회담(남북한·미국·일본·중국·러시아 회담)의 미국 수석대표를 맡을 당시 ‘김정힐(김정일+힐)’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유화정책에 앞장섰다. 하지만 북핵 사찰과 검증을 둘러싼 이견으로 6자회담이 무산된 뒤엔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 경제담당 서기관과 주한 미국대사(2004~2005년)를 거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지한파(知韓派)다.
■약력
△1952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출생
△보든대 경제학과 졸업, 해군대 석사
△주한 미국대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
△미 덴버대 국제관계대학원 학장
△현 덴버대 교수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