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21세기 英·日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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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 논설위원
![[천자 칼럼] 21세기 英·日동맹](https://img.hankyung.com/photo/201901/AA.18684968.1.jpg)
자연스레 117년 전 영·일 동맹을 떠올리게 된다. 두 나라는 공통의 적인 러시아를 저지하는 데 의기투합해 1902년 동맹을 맺었다. 당시 패권국인 영국이 갓 근대화한 신흥국을 첫 파트너로 삼은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후 역사를 보면 일본의 외교적 승리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예상을 뒤엎고 일본이 러·일전쟁(1904~1905)에서 승리한 데는 영·일 동맹이 결정적이었다. 러시아가 최강 발틱함대를 파견하자, 수에즈 운하 통과를 저지한 게 영국이다. 일본 해군의 주력함도 모두 영국에서 건조된 것이었다. 발틱함대는 희망봉을 돌아 7개월을 항해하며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일본의 기습을 받아 힘도 못 쓰고 궤멸했다.
러·일 전쟁 이후 영국은 러시아라는 근심거리를 제거했고, 일본은 조선 지배를 보장받았다. 나라 밖 사정에 캄캄했던 조선은 청·일전쟁(1895) 이후 러시아에 기댔다가 망국에 이르렀다. 영·일 동맹이 상기시키는 쓰라린 역사다.
더 넓게 보면 중국 러시아 등 대륙세력의 팽창에 대한 해양세력의 응전으로 볼 수 있다. 미국도 일본 호주 인도 영국을 잇는 해양세력 대연합을 구상 중이다. 100여 년 전처럼 국제 세력균형에 엄청난 변화가 일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한국은 국제정세에 깜깜이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시야는 한반도에 갇혀 있다. 동맹인 일본과는 철천지 원수가 될 판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국제정세에 눈 멀어 망국에 이른 한 세기 전 어리석음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