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히는 부분 직선으로 펴지지 않아
지폐 욱여넣어 부풀은 머니클립 같아
무겁고 주머니에 휴대하기에 부담
구매 쉽지 않을듯…중국서 소량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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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CES 2019' 전시장에 자리를 잡은 중국 '로욜'의 부스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 실물을 본다는 기대감은 기자만 가진게 아니었던 걸까.
대기하는 사람이 꽤 있어 먼저 어깨너머로 '플렉스파이'의 외관을 힐끗 봤더니 매끈해 보였다. 두께가 얇게 잘 빠진 태블릿이랄까. 10여분을 기다린 뒤에야 제품을 만질 수 있었다. 과연 '어떻게 접힐까'라는 호기심을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엥? 뭐야 이게" 속마음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평소 내가 기대했던 폴더블폰과 괴리가 커서다. 분명히 폰을 접었는데 구부러졌다. 납처럼 무르고 연성이 큰 금속을 쭈욱 늘려서 구부리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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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히는 부분은 고무 재질이었는데 벌써부터 닳은 흔적이 군데군데 보였다. 20만번을 접어도 될만큼 내구성을 확보했다는 데 둘 중 하나다. 로욜이 플렉스파이의 내구성을 심하게 부풀렸던지, 아니면 부스 개장 하루만에 방문객들이 20만번 이상 만졌던지.
화면을 접으면 접히는 부분이 밀착되지 않아 구멍 같은 빈 공간이 생겼다. 욱여넣은 지폐를 감당 못하는 머니클립 같았다. 로욜 관계자에게 왜 이 부분이 밀착되지 않냐고 물었다. 그는 짧은 한숨 후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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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들어진 최초 폴더블폰은 주머니에 넣기도 버거웠다. 접은 채로 바지 주머니에 넣으니 겨우 들어가긴 했지만 불룩하게 튀어나왔다. 플렉스파이의 두께는 7.6mm로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비슷하다. 하지만 접으면 두배가 된다. 가방에 휴대하지 않는 이상 갖고 다니기에 너무 두껍다. 320g의 무게도 부담스럽다. 스마트폰 중 무거운 편에 속하는 갤럭시노트9이 201g이다.
이 폴더폰은 긁힘이나 흠집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밖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방식이어서다. 메인 화면을 겉으로 노출한다는 게 어색했던걸까. 제품을 바깥쪽으로 접으면서도 몇번씩이나 안으로 접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플렉스파이는 태생적 이유로 흠집은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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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파이는 덜 된 밥이었다. 로욜은 가장 빨리 밥상을 차리려다 보니 익지도 않은 쌀을 펐다. 평가야 어찌됐건 로욜의 인지도가 높아진건 부정할 수 없다. 이번 CES에서 수많은 이들이 로욜의 부스를 찾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먹기 힘든 밥은 구매하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고 212만원인 플렉스파이는 현재 중국에서만 소량 판매되고 있다. 로욜은 유럽 등에서도 출시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유통망 확보 역량보다 출시 의지 유무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는 뭘까.
라스베이거스(미국)=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