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가전 지형 바꾸는 '미세먼지'…공기청정기부터 건조기까지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가전업계 트렌드를 변화시키고 있다. 공기청정기 판매는 지난해 250만대를 넘었고, 에어컨·가습기·제습기는 공기청정을 기본사양으로 적용하고 있다. 옷에 묻은 미세먼지를 털어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의류관리기와 건조기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공기청정기는 지난해 전년 대비 80% 성장한 250만대가 판매됐다"며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관련 제품들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컨 넘어선 필수 가전 '공기청정기'

미세먼지는 해외에서 유입되거나 국내에서 배출된 대기오염 물질이 대기 중에 축적된 걸 말한다. 해외 대기오염 물질(중국발 스모그), 국내 대기오염 물질, 대기 정체가 겹치면서 최악의 미세 먼지가 발생하는 원리다.

공기청정기는 이제는 필수 가전으로 올라섰다.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이어지면서 공기청정기를 찾는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자랜드의 지난해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성장하며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2년 전인 2016년과 비교해서는 315% 증가한 수치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아직 구입하지 않은 가정이 있고, 추가 구입하려는 가정도 있어 올해도 공기청정기의 판매는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공기청정기 연간 판매량은 2016년 100만대 수준에 불과했지만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2017년 150만대를 돌파한 후 지난해 에어컨을 넘어서는 250만대로 늘었다. 에어컨의 연평균 판매량은 220만~250만대 수준이다. 시장규모도 2016년 1조원에서 지난해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공기청정기 시장이 2020년 판매량 300만대를 넘어 4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기청정 기능 탑재하는 생활가전

계속된 미세먼지에 공기청정 기능을 탑재한 생활가전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에어컨, 가습기, 제습기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 제품들은 주변 공기를 흡수해 배출한다는 점에서 공기청정기와 작동원리가 유사하다.

에어컨의 변신이 가장 눈에 띈다. 에어컨은 크기와 용량, 성능, 설치 위치 등에서 공기청정기를 대신하기에 가장 적합한 제품이다. 특히 제조사들이 에어컨을 '사계절 가전'으로 탈바꿈하면서 공기청정 기능은 기본으로 탑재되는 추세다. 초미세먼지 감지는 물론이고 무풍, 자동운전, 인공지능 등을 적용해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가습기와 제습기는 가습 공기청정기, 제습 공기청정기로 진화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렌탈시장을 통해 주로 판매되기 때문에 에어컨과 달리 필터 무상교체, 먼지센서 점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장점이다. 저렴한 가격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기존 공기청정기를 대신하기 때문에 1인 가구와 신혼 부부들에게 인기 있다.

◆ '건조기-의류관리기' 낙수효과

건조기와 의류관리기도 미세먼지로 수혜를 입고 있다. 옷에 묻은 미세먼지가 집안 대기환경을 오염 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 제품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업체 입장에서도 이전에 없던 시장을 새롭게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이다.

의류관리기 시장을 개척한 LG전자의 '트롬 스타일러'가 대표적이다. 스타일러는 필수 혼수가전으로 꼽히며 지난해 20만대가 판매됐고, 뒤늦게 가세한 삼성전자코웨이도 10만대 가량을 판매하면서 전체 시장규모는 30만대로 늘어났다. 전년도 판매량이 12만대였던 걸 감안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업체들은 옷에 묻는 미세먼지를 털어내는 '미세먼지 코스'를 별도로 만드는 등 특화 기능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에어드레서를 '의류청정기'로 마케팅하는 이유도 미세먼지 특수를 누리기 위해서다.

건조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30만대 시장으로 성장한 건조기는 생활 편의성과 미세먼지를 잡아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필수가전으로 자리잡았다. 건조기를 사용할 경우 빨래를 말리면서 나오는 먼지를 차단할 수 있고, 창문을 열지 않고 빨래를 말릴 수 있어 미세먼지 걱정을 덜 수 있다.

최두환 롯데하이마트 대치점장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공기청정기 등 미세먼지 가전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미세먼지 가전은 이제는 필수 가전이 됐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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