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도 앞 해상서 인양작업…15일 오후 조선소 옮겨 합동 감식

만선(滿船)의 부푼 꿈을 싣고 지난 10일 전남 여수를 떠난 '무적호'는 뒤집힌 채 출항했던 항구로 돌아왔다.

14일 오후 여수시 오동도 앞바다에 지친 몸을 푼 '무적호'는 배 아랫바닥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만선의 꿈' 대신 뒤집힌 채 항구에 돌아온 '무적호'
11일 새벽 경남 통영시 욕지도 해상에서 상선과 충돌해 전복한 '무적호'는 뒤집힌 상태로 예인돼 13일 오후 여수에 도착했다.

인양 전문업체는 이날 크레인과 잠수부 등을 투입해 본격적인 인양작업에 나섰다.

잠수부 3명이 분주하게 물속을 드나들며 작업을 한 지 4시간여만인 오후 3시 17분께 '무적호'는 크레인에 이끌려 몸을 틀면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배 앞 측 오른쪽 부위에는 '무적'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보였다.

갈치낚시를 할 때 사용했을 집어등도 그대로 달려 있었다.

3천t급 상선과 충돌한 배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면 위로 떠 오른 '무적호'의 외관은 깨끗해 보였다.

이날 인양 현장을 찾은 실종자 가족 20여명은 초조한 표정으로 작업 과정을 지켜봤다.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자, 해경과 여수시 등 관계기관에 진행 상황을 묻는 등 애타는 표정으로 인양을 기다렸다.
'만선의 꿈' 대신 뒤집힌 채 항구에 돌아온 '무적호'
이윽고 '무적'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자 곳곳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한 가족은 "다른 사람은 다 살아 돌아오는데, 왜 당신만 못 오느냐"며 오열했다.

다른 가족들도 한숨을 내 쉬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현장 지원에 나선 여수시 공무원들은 가족들을 위로하며 버스로 안내했지만, 가족들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듯 연신 뒤를 돌아봤다.

실종자 가족들이 떠난 벤치에는 오동도 관광을 위해 동백열차를 기다리는 관광객들만이 분주하게 오갔다.

인양업체는 크레인으로 '무적호'를 살짝 들어 올려 배수 작업을 거쳐 물에 띄워 인근 조선소로 옮길 계획이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물때가 맞지 않아 내일 오후 3시쯤 인근 조선소로 무적호를 옮겨 조사하게 된다"며 "이번 전복사고의 수사를 맡은 통영해경이 한국선급 등 관계기관과 함께 합동 감식을 벌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전 4시 28분께 통영시 욕지도 남방 약 80㎞ 해상(공해상)에서 여수 선적 9.77t급 낚시어선 무적호(승선 14명)가 3천t급 가스 운반선과 충돌한 다음 전복돼 현재까지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