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우버 충격으로 O2O서비스 시작…생활혁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2013년 미국 뉴욕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2010년 내놓은 카카오톡을 3년 만에 ‘국민 메신저’로 성장시켜 놓고 잠시 숨을 돌리고 있던 때였다.

그는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길거리에서 택시를 찾았지만 잡히지 않았다. 동석자 중 한 명이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로 10분 만에 집에 갈 차량을 불러냈다. 김 의장은 아산나눔재단이 지난달 내놓은 ‘아산 기업가정신 리뷰’ 중 하나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가 작성한 ‘From messenger to mobility-카카오’ 보고서에서 당시의 충격을 이렇게 회고했다.

“스마트폰의 혁명적인 가능성에 대한 느낌이 너무 강해서 카카오톡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우버의 등장이 저에게는 또 다른 큰 충격이었죠. 그동안 모바일 혁명은 온라인, 데이터, 디지털 쪽에 머물렀는데 우버의 등장은 모바일과 오프라인을 연결시켜줄 새로운 혁명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김범수 "우버 충격으로 O2O서비스 시작…생활혁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첫 직장인 대기업을 그만두고 32세에 창업해 20년 동안 게임, 포털, 모바일 메신저 등 각종 정보기술(IT) 서비스를 국내 1위에 올려놓은 김 의장. 우버가 준 충격은 그의 도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렸다.

한국형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도입이었다. 온 국민의 ‘생활 혁신’이다. 2013년 12월 카카오 생활탐구TF를 꾸렸다. ‘생활의 혁신 O2O’라는 목표만 제시하고 직원들에게 알아서 개척하라고 주문했다. 현재 카카오에서 이 분야를 도맡고 있는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정주환 대표도 생활탐구TF에 처음부터 합류했다.

2014년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 핵심 요인 중 하나도 O2O 서비스 확대였다. O2O 서비스의 핵심 자원인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김 의장은 “O2O 서비스를 진행하려고 다음을 인수했다”며 “O2O 서비스는 여전히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범수 "우버 충격으로 O2O서비스 시작…생활혁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카카오는 앱(응용프로그램) ‘서울버스’와 ‘지하철 내비게이션’, 내비게이션 ‘김기사’(현 카카오내비) 등을 인수하며 O2O 영역에 교통 플랫폼을 강화했다. 그는 “회사 내부에 이런 일을 해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은 팀을 인수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소비자와 (관련 업계의) 종사자가 만나게 하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서비스는 2015년부터 내놨다. ‘카카오택시’를 시작으로 ‘카카오택시 블랙’ ‘카카오 드라이버’ ‘카카오T 주차’ ‘카카오 헤어샵’ 등의 서비스를 출시했다. 2017년에는 카카오모빌리티를 분사했다.

지난달에는 고심 끝에 ‘카카오 카풀’(출퇴근 차량공유) 시범 서비스를 했다. 택시업계 반발로 정식 서비스 시기는 미뤘다. 카카오와 기존 업계의 대립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리운전기사 소개 서비스인 카카오 드라이버를 출시할 때도 대리운전업체들이 강하게 반대했다.

카카오는 혁신 서비스에 기존 사업자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기존 업체와 마찰을 줄이기로 했다. 아산 기업가정신 리뷰에 담긴 말이다.

“카카오의 O2O 서비스 플랫폼은 결국 파트너십 구조로 갈 것 같습니다. 기존 업체들과 협업하는 구조죠. 필요하다면 우리가 시스템 비용을 대고, 우리의 구조(서비스)와 그쪽(기존 사업자)의 역량을 조율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핀테크(금융기술) 사업이다. 카카오의 금융 서비스를 이끌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2017년 케이뱅크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