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국내 대표기업인의 만남은 사전 시나리오 없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이뤄진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토론 진행을 맡는다. 각종 현안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자는 취지다. 문제는 참석 기업인 수만 128명에 달하는데, 행사 시간은 1시간30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인과 격의 없는 대화를 하기 위한 자리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대다수 참석자가 발언 기회조차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계에서 “보여주기식 행사로 전락할까 걱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의 만남은 15일 오후 2시부터 3시30분까지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뤄진다. 참석 기업인은 대한상의가 선정했다. 대기업 대표 22명과 중견기업 대표 39명, 상의 회장단 67명이 참석한다. 대기업 측 참석 대상은 자산 순위 1~25위 기업 대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가 총출동한다. 한국투자금융은 경영진이 모두 해외출장 중이라는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고, 효성(26위)이 추가됐다. 한진그룹과 부영그룹, 대림그룹은 ‘사회적 논란’에 휩싸였다는 이유로 참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청와대는 대한상의가 참석자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청와대와 조율한 결과가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견기업에서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 각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인이 초청됐다. 네이버 등 일부 기업은 회사 사정상 참석하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참석자들은 대한상의에 모여 영빈관으로 함께 이동한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 고위인사도 대거 참석한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함께한다.

청와대는 이날 사전 보도 자료를 통해 “경제계와의 소통으로 민간과 정부가 함께 혁신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했고, 시나리오 없이 자유롭게 토론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제계 인사들의 반응은 다르다. “주요 현안을 제대로 얘기하기 힘든 자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대통령이 소통 의지를 갖고 기업인을 만나겠다는 건 분명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만남 자체가 지닌 상징적 의미 외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깊이있는 대화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장 문 대통령과 박 회장의 인사말, 각종 의례 등을 빼면 기업인들이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질문과 답변이 한 번 오가는 데 5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발언할 수 있는 기업인은 10여 명에 그친다. 지난 7일 중소·벤처기업인 150여 명과의 간담회 이후에도 ‘허울뿐인 간담회’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도병욱/박재원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