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막강 당대표'체제 유지…보수 잠룡들, 全大서 '진검승부' 예고
자유한국당이 14일 당대표에게 막강한 권한을 주는 현행 ‘단일성 집단 지도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당대표가 2020년 총선 공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당내 대권 잠룡들의 전초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수 대권 주자의 승부처 된 전당대회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지도 체제와 관련해 지난 10일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결과 다수 의원이 ‘현행 체제 유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따라 내달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는 단일 지도 체제 방식의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오는 17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단일 지도 체제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해 대표가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총선 공천권도 대표에게 집중된다. 한국당은 2016년 7월부터 2년 넘게 단일 지도 체제를 유지해 왔다.

한국당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오 전 시장과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은 그동안 단일 지도 체제 유지를 주장해 왔다. 차기 당대표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흩어진 보수 진영을 결집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되는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오 전 시장은 현행 지도 체제가 유지돼야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했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대권 주자로선 총선에서 공천권을 확보해야 차기 대권 경쟁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과정에서 ‘자기 사람’을 대거 심어 당내 기반을 최대한 확보하려 할 것이란 얘기다.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황 전 총리가 15일 한국당에 입당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점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많다. 황 전 총리는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당 안팎에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오 전 시장도 조만간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단일 지도 체제에선 대권 주자 한 명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나머지 주자도 따라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내 주요 주자 간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당 전당대회가 차기 대권 주자 간 전초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김무성·홍준표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박 대 비박’ 계파 싸움 재연되나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비박근혜)’이라는 해묵은 계파 싸움이 다시 불거질 것이란 분석이다. 범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황 전 총리는 친박계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한국당 내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은 50명(전체 112명)이 넘는다. 한국당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와해되다시피 한 친박계로선 황 전 총리 등판으로 재결집의 계기를 마련하려 할 것”이라며 “친박계에선 벌써부터 황 전 총리와 친박계 당권 주자들의 후보 단일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범친박계 중에선 황 전 총리 외에 정우택·김진태 의원과 김태호 전 지사가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황 전 총리 입당에 대해 김진태 의원은 “선수끼리 제대로 경쟁해보자”고 했지만, 당내에선 황 전 총리가 당대표, 김 의원은 최고위원 경선에 각각 뛰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지난해 11월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해 한국당에 복당한 오 전 시장은 비박과 복당파를 중심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 오 전 시장 측은 황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개혁 보수 대 과거 보수’의 구도를 만들어 경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 전 시장 측 한 인사는 “판이 커져야 대중의 관심도 쏠린다”며 “대권 가도를 위해선 과거 보수 세력과의 일전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황 전 총리와의 경쟁은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했다. 오 전 시장 측 인사들은 “황 전 총리가 당대표가 되면 ‘도로 박근혜당’이 돼 계파 간 분열만 커질 것”이라는 공격 프레임을 내걸 태세다. 한국당 관계자는 “친박계와 비박계 중 어느 쪽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당대표 경선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