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평균 연봉이 9000만원대인 현대·기아자동차가 최저임금발(發) ‘인건비 쓰나미’에 휩싸였다. 올 들어 두 회사 직원 7000여 명의 시급이 최저임금 기준(8350원)을 밑도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두 달마다 주는 정기 상여금을 매달 월급에 포함해 지급하겠다고 노동조합에 통보했다. 최저임금(시급)을 계산할 때는 매달 주는 기본급(법정주휴수당 포함)만 따진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최근 각각 노조에 상여금 일부를 매달 나눠주는 쪽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겠다고 공문을 보냈다. 두 회사는 매년 기본급의 750% 정도에 달하는 상여금 일부(600%)를 두 달에 한 번씩 나눠주고 있는데, 12개월로 분할해 월급처럼 주겠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상여금을 매달 쪼개 지급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에서 8350원으로 10.9% 오른 데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개정돼 유급휴일(일요일)이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따지는 기준시간이 기존 월 174시간에서 올해부터 월 209시간(유급휴일 포함)으로 바뀌면서 연봉이 6000만원대인 직원까지 최저임금법에 미달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의 임금을 보전해주면 호봉제 임금테이블 전체가 올라가 9만여 명에 달하는 전 직원의 임금을 인상해줘야 한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하소연이다. 추가 인건비만 연간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건비 폭탄’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최저임금 계산 때 따지는 분자(월별 임금)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회사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이다. 가만히 있으면 임금이 올라갈 텐데 굳이 ‘상여금 월별 분할 지급’을 수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장창민/도병욱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