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에는 런던 브릭스턴의 스튜디오에서 둥근 화면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제작한 ‘스핀 페인팅(Spin Painting)’을 선보여 미술계의 시선을 끌었다. ‘광활한 사막 속에 아름다운 오아시스’란 제목이 붙은 이 그림은 원형의 캔버스 위에 물감을 뿌린 뒤 고속으로 회전시켜 우연의 효과를 노린 스핀 페인팅 가운데 대표작이다. 원심력의 원리를 적용해 에너지가 넘치는 색채 이미지를 도출해냈다. 순전히 자신의 색상 선택과 기계의 움직임으로 찬란한 예술이 태어날 수 있다는 점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인생은 스핀 페인팅처럼 처음 시작한 점(탄생)과 끝나는 점(죽음)이 만나고 돌고 돈다(반복)는 것을 보여주려는 허스트의 의도가 담겨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