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주변에서 중심으로…새 '필수가전'이 뜬다
'연간 판매량 100만대, 판매금액 1조원'. 가전업계의 '필수가전' 공식이다. 평균 판매금액은 100만원.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이 대표적이다.

가전업계의 '필수가전' 지형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공기청정기, 건조기, 무선청소기가 필수가전으로 올라섰고, 올해는 식기세척기와 전기레인지가 유력하다. 수년 내 의류관리기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가사 노동과 외부 환경 변화가 주된 원인이다.

15일 전자랜드가 생활가전 전 품목에 대한 지난해 판매 성장률을 분석한 결과 식기세척기(172%)의 성장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관리기(167%), 의류건조기(135%), 상중심 무선청소기(131%)가 뒤를 이었고, 전기레인지와 공기청정기의 성장률도 각각 40%와 20%로 집계됐다.

그동안 가전업계에서 필수가전으로 분류됐던 제품은 TV·냉장고(200만대), 세탁기(150만대), 에어컨(150만대) 김치냉장고(100만대)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공기청정기(250만대), 무선청소기(170만대), 건조기(130만대)가 포함되면서 필수가전 목록은 늘어났다.

1인·맞벌이 가구의 증가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가 확산되면서 가사를 덜어주는 제품이 인기를 끄는 추세다. 빨래 시간을 줄여주는 건조기가 인기를 끈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식기건조기도 마찬가지다. 식기건조기는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프리미엄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지난해 여름부터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전기레인지도 비슷한 경우다.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입소문을 탔다. 전기레인지는 지난해 80만대가 판매됐는데 가스레인지 판매비중을 크게 웃돌면서 대세로 자리잡았다. 업계에서는 전기레인지가 올해 100만대 판매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새로운 제품 개발과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판매량 늘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렌털 프로그램 확대가 대표적이다. 정수기, 비데 등이 주류였던 렌털 프로그램은 공기청정기, 전기레인지, 건조기, 의류관리기, 냉장고 등으로 확대하면서 시장 규모는 지난해 7조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전문가가 관리해주는 케어 서비스를 접목하면서 성장세는 빨라졌다.

한편 지난해 대세로 자리잡은 의류관리기 판매량 확대는 업계의 공통된 목표다. 2011년 LG전자가 선보인 의류관리기(스타일러)는 2017년 12만대 수준에 불과했지만 삼성전자와 코웨이가 가세하면서 지난해 30만대 규모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의류관리기 판매량이 올해 50만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가 가전 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면서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며 "환경·건강 가전으로 카테고리가 세분화되는 만큼 필수가전이라는 분류도 수년 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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