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디자인, 색, 소재로 올해 1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겁니다.”

토종 신발 브랜드 ‘미소페’를 제조하는 비경통상의 오일균 사장(58·사진)은 지난 14일 서울 성수동 본사 쇼룸에서 봄 신제품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미소페 론칭 30주년을 맞아 완전히 확 바뀐 새 매장 ‘뉴라운지 미소페’로 젊은 층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오 사장은 갤러리아백화점에서 명품관 영업총괄팀장, 매입본부 명품팀장, 수원점장, 상품본부장 등으로 30년가량 근무한 유통 전문가다. 명품을 보는 남다른 눈을 지닌 그를 비경통상 창업주인 엄태균 대표가 지난해 영입했다. 엄 대표는 경영을 오 사장에게 맡기고 디자인에만 전념하고 있다.

오 사장은 “그동안 미소페를 비롯해 대부분 구두 브랜드가 천편일률적인 디자인과 평범한 색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것이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탠디’ ‘소다’ ‘미소페’ 등 국산 3대 신발로 손꼽히는 브랜드는 1990년대 ‘살롱화’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기성화보다 편안한 착화감, 반맞춤식 제조 방법, 남다른 디자인이 강점이었다. 하지만 기성화처럼 비슷한 디자인을 내놓으면서 외면받기 시작했다.

오 사장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실함으로 디자인팀과 오랜 기간 준비한 것이 뉴라운지 미소페”라며 “지난해 시범적으로 현대백화점 신촌점, 천호점에 뉴라운지 이름으로 매장을 열었는데 월매출이 50%가량 올랐다”고 강조했다. 주력 제품의 가격대는 30만원 안팎으로 비슷하지만 디자인을 확 바꾼 덕분이었다. 예를 들어 앞코가 각진 구두의 라인을 사선으로 비스듬하게 디자인한다거나 반짝이는 버클을 새로 주문제작해 부착하는 등 모든 구두에 수제화만큼의 공을 들였다.

그는 “남들이 쉽게 베끼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단독으로 수입한 원단을 사용해 색상 표현이 남다른 게 강점”이라며 “버클, 굽 등 부자재도 단독 직수입한 재료로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15년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지만 3년 동안 11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오 사장은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층이 많은 지역에 뉴라운지 미소페 매장을 공격적으로 열 것”이라며 “더 어린 소비자를 겨냥한 온라인 전용 신규 신발 브랜드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