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 "최저임금 인상도 일거리 있어야 가능…지역·업종별 차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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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기업인과의 대화
'규제 혁파' 호소한 경제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車 부품사 경영악화…관심 가져달라"
최태원 SK그룹 회장 "혁신성장하려면 실패 용인 사회 돼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돈 많이 벌어 세금 잘 내는 게 애국"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속도조절 필요"
'규제 혁파' 호소한 경제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車 부품사 경영악화…관심 가져달라"
최태원 SK그룹 회장 "혁신성장하려면 실패 용인 사회 돼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돈 많이 벌어 세금 잘 내는 게 애국"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속도조절 필요"
문재인 대통령과 마주한 기업인들의 한결같은 요구는 ‘규제 혁파’였다.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경제 성과’를 새해 화두로 삼은 문 대통령은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당부했지만 기업인들은 ‘기업이 맘껏 뛰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마련해달라며 정부의 선(先) 규제철폐를 촉구했다.
투자·일자리 창출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
128명의 기업인이 참석한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의 첫 일성은 ‘상생’이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수출 6000억달러 달성, 세계 6위 수출국’이라는 지난해 경제성과를 강조하고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당부했다. 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업체까지 전체 생태계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역할도 강조했다. 올해 목표치인 15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민간 영역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고용과 투자는 기업의 성장과 미래동력 확보를 위한 기반이며 동시에 국가 경제와 민생에 기여하는 길”이라며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앞으로도 일자리 문제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줄 것을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도 주문했다. 그는 “300인 이상 대기업이 우리나라 설비투자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 전체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전환한 아쉬움이 크다”며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신산업과 신기술, 신제품에 더 많은 투자를 바라 마지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기업 의견 경청해달라”
‘기업인의 역할’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발언 직후 기업들의 토로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오후 2시 시작된 행사는 당초 예상 시간보다 20분을 넘겨 4시에 마무리됐다. 형식 없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사회를 맡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시작부터 ‘뼈 있는 말’을 쏟아냈다. 박 회장은 인사말에서 “세계를 뛰어다니고 시장을 뛰면서 회사의 사업을 늘리고 외형을 키우는 것이 저희 기업인들의 보람”이라며 “그렇게 해서 얻은 수확으로 임직원과 더불어 삶의 터전을 만들어나가고, 또 세금을 많이 내서 나라 살림에 보탬이 되는 게 저희가 아는 애국의 방식”이라고 했다.
4대 그룹 총수 중 한 명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며 “실패를 용납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의 권유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이 부회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실적이 부진하면서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저희가 자만하지 않았나 성찰도 필요할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3년간 일자리를 4만 개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꼭 지키겠다”며 “정부도 좀 더 기업 의견을 경청해주면 기업도 신바람나게 일해 ‘함께 잘사는 나라’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대통령의 상생 주문에 “협력사와의 상생도 매우 중요하다고”고 화답했다. 대신 최근 경영 상황이 악화된 부품사들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당부했다.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출”이라며 “무역확장법 232조 등 관세·통상 관련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도 했다. 해운업을 대표해 참석한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해운업은 산소호흡기를 쓰고 있는 것과 같이 어렵다”며 “규제 일부만 개선해도 일어설 수 있다”고 토로했다.
“공무원, 정책감사 탓에 과감한 정책 못 펴”
근로시간 단축 및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쓴소리도 쏟아졌다.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은 “일자리는 ‘일거리’가 있어야 나오는 것”이라며 “최저임금도 일거리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보완책으로 최저임금을 지역·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는 숙련공이 거의 없어 외국인에게 높은 임금이 적용되면 오르는 임금이 그 노동자들에게 가지 않고 브로커들만 배불리는 일이 된다”며 “정책 추진 시 이런 부분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 52시간 근로제도 권장은 하되, 일괄 적용은 기업에 많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생태계가 무너지면 전후방 산업이 다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인 손경식 CJ 회장은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과 관련해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감사원 정책감사의 불합리함을 비판했다. 감사원의 정책감사로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면서 과감한 정책을 펴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독일 미국 등은 정책감사 없이 회계감사만 한다”며 “공무원들이 유연성 있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건의했다.
100명이 넘는 기업인에게 2시간 남짓한 시간이 주어지다 보니 질문 기회를 얻지 못해 아쉬워한 기업인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제대로 소통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기업인과 격의없는 대화를 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참석자 대부분이 발언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한 기업인은 “경제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행사였을 뿐 소통의 장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눈치를 보며 아예 손 들 생각도 안 한 기업인도 꽤 있었다는 후문이다.
박재원/장창민/도병욱 기자 wonderful@hankyung.com
투자·일자리 창출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
128명의 기업인이 참석한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의 첫 일성은 ‘상생’이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수출 6000억달러 달성, 세계 6위 수출국’이라는 지난해 경제성과를 강조하고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당부했다. 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업체까지 전체 생태계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역할도 강조했다. 올해 목표치인 15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민간 영역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고용과 투자는 기업의 성장과 미래동력 확보를 위한 기반이며 동시에 국가 경제와 민생에 기여하는 길”이라며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앞으로도 일자리 문제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줄 것을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도 주문했다. 그는 “300인 이상 대기업이 우리나라 설비투자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 전체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전환한 아쉬움이 크다”며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신산업과 신기술, 신제품에 더 많은 투자를 바라 마지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기업 의견 경청해달라”
‘기업인의 역할’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발언 직후 기업들의 토로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오후 2시 시작된 행사는 당초 예상 시간보다 20분을 넘겨 4시에 마무리됐다. 형식 없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사회를 맡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시작부터 ‘뼈 있는 말’을 쏟아냈다. 박 회장은 인사말에서 “세계를 뛰어다니고 시장을 뛰면서 회사의 사업을 늘리고 외형을 키우는 것이 저희 기업인들의 보람”이라며 “그렇게 해서 얻은 수확으로 임직원과 더불어 삶의 터전을 만들어나가고, 또 세금을 많이 내서 나라 살림에 보탬이 되는 게 저희가 아는 애국의 방식”이라고 했다.
4대 그룹 총수 중 한 명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며 “실패를 용납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의 권유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이 부회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실적이 부진하면서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저희가 자만하지 않았나 성찰도 필요할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3년간 일자리를 4만 개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꼭 지키겠다”며 “정부도 좀 더 기업 의견을 경청해주면 기업도 신바람나게 일해 ‘함께 잘사는 나라’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대통령의 상생 주문에 “협력사와의 상생도 매우 중요하다고”고 화답했다. 대신 최근 경영 상황이 악화된 부품사들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당부했다.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출”이라며 “무역확장법 232조 등 관세·통상 관련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도 했다. 해운업을 대표해 참석한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해운업은 산소호흡기를 쓰고 있는 것과 같이 어렵다”며 “규제 일부만 개선해도 일어설 수 있다”고 토로했다.
“공무원, 정책감사 탓에 과감한 정책 못 펴”
근로시간 단축 및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쓴소리도 쏟아졌다.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은 “일자리는 ‘일거리’가 있어야 나오는 것”이라며 “최저임금도 일거리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보완책으로 최저임금을 지역·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는 숙련공이 거의 없어 외국인에게 높은 임금이 적용되면 오르는 임금이 그 노동자들에게 가지 않고 브로커들만 배불리는 일이 된다”며 “정책 추진 시 이런 부분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 52시간 근로제도 권장은 하되, 일괄 적용은 기업에 많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생태계가 무너지면 전후방 산업이 다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인 손경식 CJ 회장은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과 관련해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감사원 정책감사의 불합리함을 비판했다. 감사원의 정책감사로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면서 과감한 정책을 펴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독일 미국 등은 정책감사 없이 회계감사만 한다”며 “공무원들이 유연성 있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건의했다.
100명이 넘는 기업인에게 2시간 남짓한 시간이 주어지다 보니 질문 기회를 얻지 못해 아쉬워한 기업인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제대로 소통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기업인과 격의없는 대화를 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참석자 대부분이 발언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한 기업인은 “경제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행사였을 뿐 소통의 장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눈치를 보며 아예 손 들 생각도 안 한 기업인도 꽤 있었다는 후문이다.
박재원/장창민/도병욱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