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등 진보단체 '토론회 공세'에 보수단체도 '맞불 토론회'
국민연금 한진칼 주주권 행사 놓고 시민사회도 치열한 장외전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주주권을 행사할지 논의하기 위해 기금운용위원회를 소집한 16일 회의장 밖에서도 찬성·반대 입장을 내세운 단체들의 장외전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진보성향의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국민연금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 토론회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시민사회단체와 윤소하(정의당)·이학영(더불어민주당)·채이배(바른미래당) 국회의원 등이 주최했다.

발제를 맡은 김남근 변호사(민변 부회장)는 "국민연금은 2004년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행사가 허용된 후 회사·대주주 제안 안건에 대부분 찬성해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작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적극적인 주주권행사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한진칼·대한항공 이사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에 대한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됐고,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등 총수 일가는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명품 밀수 등으로 대한항공 이미지 및 기업가치를 하락시켰다며 이에 대한 경영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 회장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견제·감독을 이행하지 않은 대한항공 이사들과 자회사인 대한항공의 주식 가치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한진칼 이사들에 대한 재선임 반대 및 해임 등 조치가 필요하다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아울러 전 세계 연기금이 공공성을 갖는 기관투자자로서 환경문제 해결이나 사회 인프라 투자,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공익 목적의 사회적 책임투자 원칙을 지향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이는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활동으로, 일각에서 주장하는 '연금사회주의'나 연기금을 통한 정치적 개입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가 열린 서울 프라자호텔 회의장 밖에서는 참여연대와 민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민주노총 등이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행사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진행했다.

이들 단체는 "헤아리기도 힘든 각종 갑질 및 불·편법 행위를 자행한 조 회장 일가는 대한항공이라는 기업을 경영할 자격을 상실했다"며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보수성향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지배구조포럼은 같은 시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을 경계한다'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는 공적연금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 위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이 복지부 장관이고, 당연직 위원 4명이 주요 부처 차관인 상황에서 독립성 확보 방안 없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용한다면 국민연금의 정치화 심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의결권행사를 통해 한진그룹과 같은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 위반 소지도 있다"며 "헌법 126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절실한 필요로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빼면 사기업 경영을 관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완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위축시키는 용도로 활용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한진칼 주주권 행사 놓고 시민사회도 치열한 장외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