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간부 출신 택시회사 오너 수두룩…'기득권 카르텔'이 카풀 배척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득권에 막힌 공유경제
택시업계만 유독 '공유경제 不姙' 이유 뭔가
"노조가 월급제 반대 충격적"
기사 대변하는 노총 간부들, 임기 후 회사대표로 이동 빈번
노조선배로 양노총 영향력 막강
시장 떠난 우버 전철 밟나
카풀 철회 요구→총파업 예고→
자체 개선책 발표→신사업자 철수→기득권 유지 노리는 듯
택시 가동만 하면 수익나는 구조…업주들 서비스 고민할 필요 없어
택시업계만 유독 '공유경제 不姙' 이유 뭔가
"노조가 월급제 반대 충격적"
기사 대변하는 노총 간부들, 임기 후 회사대표로 이동 빈번
노조선배로 양노총 영향력 막강
시장 떠난 우버 전철 밟나
카풀 철회 요구→총파업 예고→
자체 개선책 발표→신사업자 철수→기득권 유지 노리는 듯
택시 가동만 하면 수익나는 구조…업주들 서비스 고민할 필요 없어
한국식 공유경제 모델로 기대를 모았던 카카오의 카풀(출퇴근 차량 공유) 시범 서비스가 지난 15일부터 전면 중단됐다.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 노사 4단체와 사회적 대타협을 모색한다지만 정보기술(IT)업계에선 시장을 떠난 우버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독 국내에서 공유경제가 싹도 틔우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국내 택시산업의 독특한 생태계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택시 60여 대를 보유한 W회사의 K모대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택시노조(민주택시노련) 수석부위원장 출신이다. 민주택시노련의 ‘2인자’로 현 구수영 위원장과 수년간 택시 노조를 이끌다 이 회사를 인수했다. 이 회사의 전무도 민주택시노련 지역 본부장 출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택시업계에선 노조 간부가 회사 대표로 이동하는 게 빈번하다”고 말했다.
노조 간부가 회사 오너와 경영자로 옮겨가는 택시업계의 독특한 환경이 택시 노사의 상호 견제 기능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 출신 회사 오너들이 후배 노조 간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형적 구조는 일선 기사들 이익과 충돌하기도 한다. 택시 기사들의 숙원인 ‘월급제’ 도입에 노조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게 단적인 사례다. 월급제 거부하는 택시 노조
표면적으론 4단체는 각각 법인·개인택시 사업자조합과 민주택시노련,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노사로 나뉘어 각자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론 업주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설명이다.
16일 택시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택시 노사 4단체 전·현직 간부 상당수는 택시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울산 S운수의 K모 대표, 광주 H운수의 K모 대표, 서울 S상운의 L모 대표 등 수십 명이 민주택시노련 간부 출신이다. 이들은 택시 조합 내 새마을금고에서 거액을 대출해 회사를 인수하거나 전문경영인을 맡고 있다.
현재 택시 4단체장 중 한 명인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삼이택시 등 법인택시 289대를, 문충석 서울연합회 이사장은 대덕운수 등 택시 276대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버스회사인 한남운수도 운영 중이다. 이들은 정부와의 카풀 도입 협상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20명의 대의원 중 한 명이다.
이청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 정책위원장은 “노조 선배이자 현직 사장들, 막대한 자금력이 있는 ‘택시 기득권’들이 양대 노총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노조가 앞장서 월급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업주들이 직간접적으로 정부와의 협상 최전선에 있다 보니 공유경제 등 신사업이 나타나면 파업 등 실력행사를 통해 저항한다. 5년 전 승차공유 서비스인 우버와 콜버스 등이 나타났을 때도 비슷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택시업계는 신사업이 나타나면 ‘총파업 예고→신사업 중단 요구→택시업계 자체 공유서비스 등 개선 방안 발표→신사업자 철수’ 패턴을 보여왔다”며 “카풀 사태 역시 택시 단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1일 발족하는 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위원장은 “협상 대표자인 업주들은 사납금 제도 등 이해상충 문제가 있어 제대로 된 협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적 대타협이란 명분도 중요하지만 명분을 좇다 협상 자체가 틀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엔 준공영제 요구?
기사들 사이에서도 택시 4단체가 사측의 주장만 대변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민주택시노련 소속 김모 기사(48)는 “정부가 제안한 ‘사납금제 폐지, 완전월급제 도입’에 택시 4단체가 반대했다는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며 “회사가 어려워 월급제 도입이 힘들다는 주장에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의 민주택시노련은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사측 이익만 대변한다”는 논란이 나와 공공운수노조를 탈퇴하고 2017년 서비스연맹에 새로 가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사납금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의 제안과 카풀 서비스의 조건부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업계에선 택시 4단체가 택시의 합승 허용과 택시 준공영제를 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일정 수익을 택시회사에 지원하라는 것이다. 택시회사 경영 지표는 ‘가동 택시 대수×사납금’이다. 보통 기름값이나 수리비, 보험 등을 제외하고 운행 택시 한 대당 하루 2만~2만5000원 정도의 순수익을 가져가는 안정적인 사업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회사 대표 중엔 버스회사를 함께 소유한 대중교통 재벌이 적지 않다”며 “준공영제 도입 시 지금보다 더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경험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보조금 지원 등을 줄여 스스로 혁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김소현 기자 duter@hankyung.com
택시 60여 대를 보유한 W회사의 K모대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택시노조(민주택시노련) 수석부위원장 출신이다. 민주택시노련의 ‘2인자’로 현 구수영 위원장과 수년간 택시 노조를 이끌다 이 회사를 인수했다. 이 회사의 전무도 민주택시노련 지역 본부장 출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택시업계에선 노조 간부가 회사 대표로 이동하는 게 빈번하다”고 말했다.
노조 간부가 회사 오너와 경영자로 옮겨가는 택시업계의 독특한 환경이 택시 노사의 상호 견제 기능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 출신 회사 오너들이 후배 노조 간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형적 구조는 일선 기사들 이익과 충돌하기도 한다. 택시 기사들의 숙원인 ‘월급제’ 도입에 노조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게 단적인 사례다. 월급제 거부하는 택시 노조
표면적으론 4단체는 각각 법인·개인택시 사업자조합과 민주택시노련,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노사로 나뉘어 각자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론 업주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설명이다.
16일 택시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택시 노사 4단체 전·현직 간부 상당수는 택시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울산 S운수의 K모 대표, 광주 H운수의 K모 대표, 서울 S상운의 L모 대표 등 수십 명이 민주택시노련 간부 출신이다. 이들은 택시 조합 내 새마을금고에서 거액을 대출해 회사를 인수하거나 전문경영인을 맡고 있다.
현재 택시 4단체장 중 한 명인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삼이택시 등 법인택시 289대를, 문충석 서울연합회 이사장은 대덕운수 등 택시 276대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버스회사인 한남운수도 운영 중이다. 이들은 정부와의 카풀 도입 협상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20명의 대의원 중 한 명이다.
이청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 정책위원장은 “노조 선배이자 현직 사장들, 막대한 자금력이 있는 ‘택시 기득권’들이 양대 노총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노조가 앞장서 월급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업주들이 직간접적으로 정부와의 협상 최전선에 있다 보니 공유경제 등 신사업이 나타나면 파업 등 실력행사를 통해 저항한다. 5년 전 승차공유 서비스인 우버와 콜버스 등이 나타났을 때도 비슷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택시업계는 신사업이 나타나면 ‘총파업 예고→신사업 중단 요구→택시업계 자체 공유서비스 등 개선 방안 발표→신사업자 철수’ 패턴을 보여왔다”며 “카풀 사태 역시 택시 단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1일 발족하는 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위원장은 “협상 대표자인 업주들은 사납금 제도 등 이해상충 문제가 있어 제대로 된 협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적 대타협이란 명분도 중요하지만 명분을 좇다 협상 자체가 틀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엔 준공영제 요구?
기사들 사이에서도 택시 4단체가 사측의 주장만 대변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민주택시노련 소속 김모 기사(48)는 “정부가 제안한 ‘사납금제 폐지, 완전월급제 도입’에 택시 4단체가 반대했다는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며 “회사가 어려워 월급제 도입이 힘들다는 주장에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의 민주택시노련은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사측 이익만 대변한다”는 논란이 나와 공공운수노조를 탈퇴하고 2017년 서비스연맹에 새로 가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사납금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의 제안과 카풀 서비스의 조건부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업계에선 택시 4단체가 택시의 합승 허용과 택시 준공영제를 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일정 수익을 택시회사에 지원하라는 것이다. 택시회사 경영 지표는 ‘가동 택시 대수×사납금’이다. 보통 기름값이나 수리비, 보험 등을 제외하고 운행 택시 한 대당 하루 2만~2만5000원 정도의 순수익을 가져가는 안정적인 사업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회사 대표 중엔 버스회사를 함께 소유한 대중교통 재벌이 적지 않다”며 “준공영제 도입 시 지금보다 더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경험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보조금 지원 등을 줄여 스스로 혁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김소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