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맺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이 15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큰 표 차이로 부결되면서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이 EU 탈퇴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는 과도적 단계를 거치지 않고 오는 3월29일 즉각 EU를 떠나는 방안이다. 전문가들은 노딜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 방식으로 EU를 탈퇴하면 수출입 통관과 출입국 절차에서부터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EU 회원국에 적용되는 법·제도는 더 이상 영국에 적용되지 않는 반면 영국과 EU 사이의 새로운 법제는 정비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통관 절차가 지연되면 식료품과 의약품 등 생필품과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영국 내 제조업체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또 관세와 각종 세금이 붙어 EU 회원국에서 영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의 가격이 오르게 된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EU가 제3국과 맺은 무역협정 적용에서도 제외된다. EU는 물론 한국, 일본, 미국 등과도 별도 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영국, EU 즉각 탈퇴 땐 수출입 통관부터 혼란
영국 중앙은행(BOE)은 노딜 브렉시트가 되면 국내총생산(GDP)이 8% 감소하고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영국 경제에 1970년대 ‘오일쇼크’와 비슷한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U는 영국 수출의 44.5%, 수입의 53.1%(2017년 기준)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 상대다.

EU 회원국에 거주하는 영국민의 지위에도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 다만 EU 집행위원회는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더라도 여행 등 90일 이내로 단기 방문하는 영국인은 비자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노딜 브렉시트와 관련한 우려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폭스뉴스는 “영국이 EU에서 즉각 빠져나오면 미국 등 다른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자유무역을 할 수 있다”며 오히려 영국 경제에 이익이라고 분석했다. 노딜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무장관은 최근 일간지 기고에서 “노딜 브렉시트와 관련한 우려는 종말론적”이라고 비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