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주민 1만여명 광화문 집회
"군사시설 등으로 수년간 피해
균형발전 위해 지하철 들어서야"
지역마다 '예타 면제' 총력
대구, 산업선 철도 유치 기원식
세종시-충북도, KTX역 갈등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포천 시민 약 15만 명의 10%에 육박하는 1만3000여 명이 집결해 지하철 7호선 연장사업(양주 옥정~포천)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를 촉구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해 말 17개 시·도마다 2~3개씩 신청한 예타 면제 사업을 검토 중이다.
단체장·의원·주민 ‘사생결단식 유치’
경제성이 없더라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국비로 사업을 지원하는 예타 면제 사업을 놓고 각 지역에서 ‘사생결단식’ 유치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날 광화문광장을 메운 포천 주민들은 “분단 이후 줄곧 개발이 제한되며 희생을 강요받은 포천의 발전을 위해선 반드시 지하철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주민 1000여 명의 단체 삭발식도 열렸다. 조용춘 포천시의회 의장과 강준모 부의장 등 지역 주요 인사도 삭발에 동참했다. 박윤국 포천시장은 “중앙정부는 상식이 통하고 공정하며 균형 있는 국가 발전을 위해 반드시 포천 지역의 어려움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와 부평~경기 부천시~서울 여의도~서울역~경기 남양주 마석을 잇는 GTX B 노선을 제시한 인천에서도 사업 유치를 위한 서명 운동이 뜨겁다. 연수구는 구민의 41%가 예타 면제 서명에 참여했으며 남동구와 부평구 계양구 등 인근 자치구와 경기 부천·남양주·구리시, 서울 구로·중랑구 등 수도권 9개 지역 주민 54만7220명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방자치단체는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남동을)과 함께 지난 15일 기재부를 찾아 서명부를 전달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서대구고속철도역~성서산업단지~달성1차산업단지~테크노폴리스~달성국가산업단지를 잇는 ‘대구산업선’(1조2880억원)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며 총력전에 나섰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달 27일 청와대를 방문해 당시 김수현 정책실장, 임종석 비서실장 등에게 대구산업선 선정을 호소했으며 앞서 대구시의회와 대구 서구의회도 ‘대구산업선 철도 등 예타 면제사업 선정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달성 테크노폴리스 지역민들은 1일 비슬산 해맞이 기원제에서 ‘산업선 예타 면제 기원식’을 열기도 했다. 경쟁 과열에 지역 안팎에서 갈등 심화
예타 면제 사업을 놓고 과열 경쟁이 빚어지면서 인접 지역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세종시가 제출한 KTX 세종역 신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위한 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는 “세종역 신설이 국가균형발전에 어긋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세종역 신설은 세종시 건설 목적과 계획, 고속철도 정책 등에 전혀 맞지 않고 오히려 국가균형발전과 충청권 상생 발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제주에선 신항만 개발을 놓고 환경단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도 신항만 사업은 막대한 탑동 공유수면 매립이 수반된다”며 “제주도는 신항만 사업 신청을 철회하고 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밀접하게 관련된 도두하수종말처리장 현대화 사업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이달 하순부터 지역별로 예타 면제 사업을 발표할 방침이지만 탈락한 사업지마다 주민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시·도별로 최소 1곳씩 선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지금은 너무 민감한 시기여서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 외에 어떤 얘기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정의진/임도원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