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일본 모바일메신저 자회사인 라인을 통해 소니와 손잡고 온라인 의료사업을 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일본에서 월간 이용자 수(MAU)가 7800만 명에 달하는 라인에 의료서비스를 접목시켜 원격의료 상담부터 처방약 택배 서비스까지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내에선 원격의료 사업이 불가능하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의료인들 간이 아닌 모든 원격의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약품 택배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러니 네이버처럼 온라인으로 환자의 일상 생활을 파악해 최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꿈꾸는 기업이라면 해외로 나가는 것 말고 다른 방도가 없다. 특히 일본은 2015년 원격의료를 전면 시행하면서 원격조제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어, 규제가 언제 풀릴지 기약조차 없는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환경이다.

답답한 것은 여전히 원격의료, 원격조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의사협회, 약사회 등 이익단체와 의료 공공성을 내건 시민단체, 그리고 이들의 눈치를 살피는 정부와 정치권이다. 규제만 일찍 풀었다면 한국이 세계 최초가 될 수 있었던 서비스들이다. 네이버가 일본 소니가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손잡고 국내에서 다양한 원격의료 비즈니스 모델을 쏟아냈을 것은 물론이고, 정부가 기대하는 투자와 일자리도 따라왔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산업정책이 없다고 했지만 이런 게 기업들이 바라는 산업정책일 것이다.

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건 원격의료만이 아니다. 승차공유 등 신산업은 다 비슷한 처지다.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 할 것 없이 줄줄이 떠나면서 한국은 혁신 실험에서 동남아에조차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정도가 아니라 더 과감한 규제개혁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대기업과 벤처기업·스타트업 간 합작회사 설립이나 인수합병, 업종 간 경계를 뛰어넘는 기업 간 협력 등을 활성화해야만 신산업 창출이 가능하다. 지금처럼 기업들의 ‘탈(脫)한국’이 이어지면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