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창단 37주년 기념식이 열린 15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배영수는 "오늘 올림픽대로로 운전하고 오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우승하고서 이 길을 따라 집에 가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왔다. 두산 선후배가 힘을 모으면 2019년 정규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우승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배영수가 두산 구단 행사에 참석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2018시즌 종료 뒤 한화 이글스와 작별한 배영수는 두산에 둥지를 틀었다. 2018년 연봉 5억원을 받았던 배영수는 4억원이나 삭감한 금액(연봉 1억원)을 달갑게 받아들였다.
그는 "베테랑을 향해 냉혹한 평가가 이어지는 이 시기에 두산에서 기회를 주셨다. 두산에서 연락을 받았을 때 정말 기분 좋았다"며 "다시 한번 구단에 감사하다"고 했다.
뜻밖의 선물도 받았다. 바로 등번호다. 배영수는 '푸른 피의 에이스'로 불리던 삼성 시절 25번을 달았다. 하지만 한화 이적 후엔 37번과 33번을 썼다. 두산으로 이적한 배영수는 5년 만에 다시 25번을 달았다. 25번의 주인이었던 양의지가 NC로 FA 이적하면서 비게 된 번호다. 배영수는 "두산 팬과 팀은 의지가 떠나서 아쉽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번호다. 오랜만에 25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거울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년째 프로에서 뛴다. 나는 시속 150㎞를 넘는 공을 던져봤고 팔꿈치 수술 후에는 직구 구속이 시속 128㎞까지 떨어지는 걸 경험했다. 구속을 올리는 건 정말 힘들지만 내려가는 건 정말 금방이었다"고 자신의 야구 인생을 압축해 표현한 뒤 "한 번 떨어진 구속을 되찾으려고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해봤다. 그 과정에서 얻은 답은 '기본기'였다"고 했다.
그는 "최근 1990년대에 활약한 송진우·정민태 코치님, 정민철 위원님 등 선배들의 훈련법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 많은 이닝을 부상 없이 던진 건 기초체력을 완성한 덕이었다. 체력이 뒷받침하니 많은 훈련량도 무리 없이 소화하셨다. 이번에 나도 오키나와에서 열심히 뛰고 공을 던졌다. 억지로 내는 힘이 아닌, 몸으로 공을 던지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배영수는 베테랑인만큼 기록도 풍성하다. 500경기 출장에 38경기, 150승에 13승, 1500탈삼진에 74개, 2200이닝에 77.2이닝을 남겨두고 있다. 풀타임 활약을 펼친다면 불가능한 기록도 아니다. 배영수는 "앞으로 3년 더 야구를 해야 한다. 즐기겠다고는 했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1년 1년 버텨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각오를 다졌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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