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7억8500만달러(약 88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1500만달러(약 170억원) 규모로 크지 않지만, 아직 후보물질도 도출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계약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알 수 있다.

NASH는 술을 안 마시거나 적게 마시는데도 간에 지방이 많이 끼어 간세포 손상과 염증이 동반되는 질환을 말한다. 간섬유화 간경변 간암 등을 불러온다. NASH 발생 시 5년 생존율은 67%, 10년 생존율은 59%로 알려져 있다.

NASH는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비만과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인해 발생하며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은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간에서의 지방 축적과 염증을 막는 방식으로 NASH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NASH 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는 회사는 이번에 유한양행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길리어드, 엘러간, 인터셉트, 장피트 등이다. 이들은 올해 임상 3상의 주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길리어드는 임상 3상 단계의 셀론서팁을 비롯해 다수의 N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후기 임상 단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작용 등으로 인해 다른 치료제를 함께 쓰는 병용요법 개발의 필요성이 증가했다는 평가다.

셀론서팁은 단독 요법과 길리어드 다른 후보물질인 심투주맙과의 병용으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임상 2a상에서 심투주맙 단독 요법 대비 효과를 증명했으나 부작용으로 안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판매허가가 예상된다. 심투주맙의 경우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임상 2상에서 개발이 중단됐다. 임상 2상에 들어가 있는 FXR(파네소이드 X 수용체) 작용제도 효능이 있으나, 다른 FXR 작용제에서 나타나는 가려움증과 저밀도 지방단백질(LDL)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은 그대로다. FXR은 간 지방증과 염증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수용체다. 인터셉트의 오칼리바도 FXR 작용제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터셉트의 오칼리바 임상 결과가 현재까지는 가장 좋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머크도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기 위해 이달 초 4억5000만달러 규모로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등 NASH는 2019년 주목해야 할 테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주요 7개국에서 NASH 치료제의 시장 규모가 2026년 180억달러(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은 63%에 달한다. 2026년 세계 시장 규모는 253억달러(28조원)로 추정했다.

국내 기업들도 NASH에 주목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미국에서 HM15211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NASH 외에 간섬유증 치료에서도 효과를 확인했으며, 올 3분기에 1상을 완료하고 4분기 중 임상 2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세 가지 표적에 작용하는 삼중 작용제로 NASH와 더불어 비만과 당뇨 등에도 효과가 기대돼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고, 1상 이후 기술수출 가능성이 기대되는 약물이다.

유한양행은 이번 기술수출 물질 외에도 3개의 N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가지고 있다.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YH25724로 전임상 단계다. 이 중 작용제로 국내 바이오벤처 제넥신의 지속형 기술을 적용해 NASH 및 비만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동아에스티는 기존 당뇨병 신약으로 개발된 슈가논의 주성분인 에보글립틴을 NASH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미국 임상 1상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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