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LHC 3.7배…"적도 둘레까지 갈 것" 비판적 시각도
슈퍼 입자 찾으려 29조원 들여 100㎞ 입자가속기 추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세계 최고 성능을 가진 현재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보다 4배 가까이 길고 10배나 강력한 새로운 입자가속충돌기 건설을 추진한다.

CERN은 15일 약 1천300명의 과학자가 5년에 걸쳐 작성한 4권 분량의 '미래 순환 원형 충돌기(FCC·Future Circular Collider)' 개념설계 보고서를 공개했다.

FCC의 터널 둘레 길이는 총 100㎞. LHC(27㎞)의 3.7배로 CERN이 있는 제네바를 둘러싸고도 남는 길이다.

2050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총 200억파운드(28조8천83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은 22개 회원국과 참여 연구기관 등을 통해 갹출 된다.

입자가속충돌기는 작은 입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충돌시킴으로써 원자보다 작은 아원자(subatom)를 찾아낸다.

지난 2012년 모든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해 '신의 입자'로도 불리는 '힉스'를 찾아낸 것은 LHC 최대의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이후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아원자를 찾는 데는 실패해 더 강력하고 새로운 입자가속 충돌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Standard Model)은 힉스까지 포함한 총 17개 입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물질과 힘을 상당부분 설명하지만 우주의 가속팽창이나 암흑물질 등 설명하지 못하거나 포함하지 못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런 점 때문에 아직 찾아내지 못한 입자가 있으며 이를 찾아내기만 한다면 표준모형의 불완전한 부분을 채우고 우주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슈퍼 입자 찾으려 29조원 들여 100㎞ 입자가속기 추진
FCC 추진에도 LHC는 적어도 2035년까지 가동될 예정이다.

LHC가 1984년에 처음 개념설계안이 나온 뒤 2009년에야 가동되는 등 오랜 시간이 걸린 점이 고려됐다.

FCC는 우선 터널을 완성한 뒤 1단계로 전자와 반입자인 양전자를 충돌시키는 파이프를 설치하고 이어 전자와 강입자를 충돌시키는 더 큰 파이프를 설치하는 2단계로 진행된다.

1,2단계를 토대로 LHC보다 10배 더 강력한 성능을 가진 강입자 충돌기를 완성하게 된다.

최대의 난제는 강입자를 충돌시켜 우주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슈퍼입자를 찾는 데 어느 정도 에너지가 필요한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CERN 측은 1, 2단계를 거치면서 강입자 충돌에 필요한 에너지 수준을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주의 근원을 탐색하려는 물리학계의 노력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새로운 입자를 찾을지 말지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일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쓰기보다는 비용편익 분석을 하고, 지구온난화 대처 등과 같은 더 시급한 사안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의 과학담당 수석 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킹 교수는 BBC 방송과의 회견에서 "이제는 선을 그어야 할 때로 그렇지 않으면 입자가속충돌기가 적도를 둘러싸는 크기가 되고,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면 달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