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야당과 브렉시트 대안 논의"…야당 "'노 딜' 배제해야 참여"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가 16일(현지시간) 열린 하원 불신임안 표결에서 승리했다.
영국 하원은 이날 오후 의사당에서 '하원은 정부를 불신임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놓고 찬반 투표를 벌였다.
투표 결과 찬성 306표, 반대 325표로 불신임안은 19표차로 부결됐다.
노동당(251표)과 스코틀랜드국민당(SNP·35표), 자유민주당(11표), 웨일스민족당(4표), 녹색당(1표), 무소속(4표) 등 야당은 일제히 정부 불신임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집권 보수당(314표),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민주연합당(DUP·10표), 무소속(1표) 등이 반대표를 던져 불신임안은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영국 의회에서 정부 불신임안이 표결에 부쳐진 것은 1994년 존 메이저 총리 시절 이후 약 24년 만이다.
앞서 전날 열린 하원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이 사상 최대 표차로 부결되자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영국 '고정임기 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 2011)에 따르면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다시 14일 이내에 새로운 정부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면 조기총선이 열리게 된다.
하원은 이날 정오께부터 정부 불신임안에 관한 토론을 거친 뒤 오후 7시께 표결을 진행했다.
코빈 대표는 "총리는 승인투표에서 부결된 자신의 합의안이 영국의 노동자와 기업을 위해 좋은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이를 묻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조기총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코빈 대표는 "'고정임기 의회법'은 '좀비 정부'를 받쳐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면서 메이 총리가 "역사에 남을만한 굴욕적인 패배로 통제력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메이 총리는 EU 탈퇴 여부를 국민에게 물었던 것은 의회인 만큼 이를 마무리하는 것 역시 의회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EU 탈퇴시점 연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명확하게 밝히면서, 노동당의 조기총선은 단결이 필요할 때 분열을 강화하고 명확성이 필요할 때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부결로 정부 불신임을 통해 조기총선을 개최한다는 노동당의 전략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노동당은 보수당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이번 부결 결과에 관계없이 계속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불신임 위기를 넘기게 되면서 메이 총리는 부결된 브렉시트 합의안을 대체할 '플랜 B'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불신임안 부결이 발표되자 메이 총리는 이날부터 야당 지도부와 브렉시트 합의안의 대안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빈 노동당 대표는 영국이 EU와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를 배제할 경우에만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보수당과 노동당에 이어 제3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역시 대화 참여 전제조건으로 정부가 브렉시트 연기 및 제2 국민투표 개최를 옵션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일간 더타임스는 사실상의 부총리 역할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리딩턴 국무조정실장이 야당과의 논의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 보수당 제1원내총무인 줄리언 스미스, 개빈 바웰 총리 비서실장 등도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 총리는 야당 지도부와의 논의를 통해 의회의 충분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면 이를 EU에 가져가 합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