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우리카드는 요즘 카드업계의 판을 흔드는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2013년 우리은행에서 분사해 새롭게 출범한 우리카드는 고객 기반 확대, 매출 성장, 신사업 추진 등 모든 사업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지난해에는 출범 후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양적·질적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기반 굳히기’에 나설 계획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가장 갖고 싶고, 이용하고 싶은 카드가 될 수 있도록 혁신의 고삐를 죄기로 했다.

고객이 갖고 싶은 카드 만든다

우리카드가 최우선으로 삼는 경영 철학은 ‘고객 중심 마인드’다. 정 사장은 우리은행에서 수석부행장급인 영업지원부문장을 지낸 ‘영업통’이다. 지난해 1월 우리카드 사장으로 취임한 뒤 이 같은 철학을 조직 전반에 심는 데 공들였다. 고객 중심의 철학을 반영해 내놓은 상품이 ‘카드의 정석’ 시리즈다.

카드의 정석 시리즈는 우리카드의 대표 상품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4월 출시 후 8개월여 만에 200만 장 발급을 돌파했다. 우리카드 출범 이래 최단기 200만 장 발급 기록이다. 지난해 카드업계에 등장한 신상품 전체를 통틀어서도 활약상이 높은 상품으로 꼽힌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꼼꼼한 시장조사를 기반으로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마케팅까지 모든 사안을 혁신하는 데 집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혜택을 종류별로 특화한 게 대표 특징이다. 모든 업종에서 결제금액의 0.8%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카드의 정석 포인트’, 할인에 초점을 맞춘 ‘카드의 정석 디스카운트’, 쇼핑에 특화된 ‘카드의 정석 쇼핑’ 등 7종으로 구성됐다. 올 상반기엔 마일리지 혜택을 담는 등 추가 상품을 출시한다. 카드의 정석 시리즈를 지속 발전시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역대 최대 실적…성장세 이어간다

우리카드는 카드의 정석 시리즈 성공에 힘입어 눈에 띄게 성장했다. 지난해 말 처음으로 자산 10조원을 넘어섰다. 2017년(8조6075억원)보다 16%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2015년(6조6041억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자산 규모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 규모도 62조원에서 76조원으로 22.6% 커졌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껑충 뛰어 12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당기순이익 역시 2017년(1012억원)보다 23.2%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카드업계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와중에 이용 규모가 꾸준히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하다. 2016년 598만 명이었던 이용자 수는 2017년 646만2000명, 지난해 692만4000명에 이르렀다. 우리카드가 소비자 기반을 확대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게 업계 평가다.

고객 만족도 높여 로열티 형성 도전

카드사들은 단순히 카드 발급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소비자가 지갑에 넣고 다니는 여러 장의 카드 중 우선순위에 들도록 하는 걸 최종 목표로 한다. 우리카드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고객들이 우리카드에 대한 로열티(충성도)를 형성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우리카드가 올해 조직 개편에서 리텐션(고객유지)마케팅부를 신설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리텐션마케팅은 휴면 고객에게 새로운 카드 발급 및 사용을 권유하는 활동이다. 쉽게 말해 ‘잠자는 고객’을 깨우는 일이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6월 빅데이터팀을 구성해 휴면 고객의 소비 성향 분석 데이터를 마련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각 휴면 고객에게 최적의 카드 상품을 추천, 교체 발급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 체계가 자리 잡으면 신규 고객 유치보다 적은 비용으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리카드 측은 보고 있다.

또 업무 절차 전반을 소비자 중심으로 구축하는 데 공들이기로 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고객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면서 만족도를 높일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카드모집 채널 외 온라인몰, 다른 금융회사 등 제휴처를 확대하는 방침도 마련했다. 결제플랫폼 사업자와도 제휴를 추진해 소비자에게 더 다양한 상품 혜택과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사적 비용절감 과제를 발굴하면서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로 했다. 올해 카드업계 경영환경은 예년에 비해 고비가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음달부터 적용되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과 그에 따른 마케팅 비용 축소, 기준금리 인상 시 조달비용 증가 등 ‘3중고’가 예상돼서다.

우리카드는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 처리해주는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와 챗봇(채팅+로봇) 등 디지털 전환으로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리스크 관리 강화 역시 빠뜨릴 수 없는 주요 과제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신용 위험도가 높은 차주는 특별 관리할 수 있도록 신용평가 고도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수익처 다변화를 위한 신사업 발굴에도 공들일 계획이다. 오는 7월 중고차 할부금융 사업을 개시해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입지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정 사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고객 중심 마인드로 무장하면 못 해낼 일이 없다”며 “올해 업계에 닥친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자세로 또 한 번 혁신에 나서자”고 주문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